[국민회의「내각제파일」]DJP집권후「자리 나눠먹기」논의

  • 입력 1997년 9월 27일 08시 53분


「장관에서부터 정부부처 산하단체장까지 나눠 갖는다」. 본보가 단독입수한 국민회의의 내부비밀문건에는 이처럼 현재 자민련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이면서 오가고 있는 몇가지 「민감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 문제의 문건은 국민회의의 협상기구인 대통령후보단일화 추진위원회(위원장 한광옥·韓光玉 부총재)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비공개로 어떤 식으로 권력배분문제를 논의하고 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말 그대로 「내부논의자료」다. 특히 「향후 예상되는 자민련측 요구사항 및 문제점」(9월22일)이란 문건은 양당의 지분(持分)협상내용이 거의 「가상(假想)권력투쟁」의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국민회의는 먼저 「자민련이 주장하고 있는 권력배분의 질적 균등성 보장문제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를 기준으로 나뉘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자민련이 △지자제 연합공천보장 △정부부처 산하단체장의 동등지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양당 후보단일화 협상소위는 차기 공동정권의 기본적 틀과 내각제 형태 및 시기를 다룰 뿐이며 지자제 연합공천문제는 위임사안을 벗어난 월권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대선을 앞둔 정치상황상 시의적절치 못함』 『현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산하 단체장들의 동요가 심각한 상태임. 우리 당은 이미 장차관을 제외한 모든 공직자의 신분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천명한 바 있음』 「예상답변」의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이보다 이틀 전 작성된 「5차 협상 결과보고서」는 자민련이 15대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곧바로 「내각제적 공동정권」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절차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예의 지방선거후보와 산하단체장의 동등지분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통상 대통령이 바뀔 경우 바뀌는 「자리」는 △장관급 36명 △차관급 68명 △1급 2백8명을 포함해 5백개 정도. 하지만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長)」자리는 이보다 훨씬 많다. 산하단체장 배분문제까지 거론하는 DJP지분논의는 자칫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양당은 산하단체장의 지분문제까지 거론한 5차회의 직전부터 협상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혹시 「자리나눠먹기」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작용했던 것 같다. 어쨌든 자민련측은 권력장악으로 생기는 자리를 철저히 5대5로 나누어 갖자는 주장이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를 믿을 수 없는 만큼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대1 균분(均分)원칙을 확고히 해두면 향후 공동정권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찰없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문건에는 또 하나의 「민감한 현안」이 등장한다. 바로 국고보조금문제. 후보등록(11월26,27일)이 끝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의석비율에 따라 국민회의는 73억원, 자민련은 65억원을 받는다. 「파일」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단일화협상 결과에 따라 아예 등록하지 않을 경우와 후보등록을 마치고 난 뒤 사퇴할 경우 각각 국고보조금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밝힌 뒤 『원칙적으로 쓰고 남은 국고보조금은 반환해야 하지만 정치자금법엔 「후보사퇴」규정이 없어 반환하지 않고 정당경상비로 쓸 수 있다』며 「편법」까지 제시해놓고 있다. 하지만 도덕적 시비를 우려한 듯 「후보단일화를 위한 조건제시(가안·假案)」에서는 『자민련 대선후보 미등록시 발생하는 선관위 국고보조금 미지급에 대한 보상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현재 진행중인 국회정치개혁특위 협상회의에서 정치자금법개정안에 「연합공천시 연합한 정당은 모두 후보를 낸 것으로 간주해 국고보조금을 배분한다」는 조항을 넣으려 하는 것도 같은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후보단일화협상에 따라 김대중총재가 단일후보로 등록하고 자민련은 「무(無)후보 정당」이 되더라도 65억원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총재 주변에서는 『신한국당의 반대로 정치자금법에 연합공천조항을 넣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직접 자민련의 국고보조금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예민한 문제는 또 있다. DJP공동정권의 전제인 내각제 개헌의 실현가능성. 내부문건 중 「대통령후보단일화 추진위원회의 현안과제 시안(試案)」은 현행 헌법하의 공동집권방안과 내각제의 형태 및 시기를 검토한 뒤 자민련의 요구대로 15대 국회말에 개헌할 경우 『내각제 지지의원 76명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민회의는 79석, 자민련은 45석으로 총 DJP의석이 1백24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헌선인 3분의 2(2백석)에서 76석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오늘날 DJP공조의 단초로 작용한 지난해 총선 직후 신한국당의 「자민련의원 빼가기」를 의식한 탓인지 문건은 76석 추가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거론치 않고 있다. 하지만 모자라는 76석의 추가확보문제가 공동정권의 난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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