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총재직 이양시기」갈등 심화

  • 입력 1997년 8월 25일 20시 17분


추석전 신한국당 총재직 조기이양을 둘러싸고 여권내 갈등이 심화되는 조짐이다. 李會昌(이회창)대표 주변에서 조기이양론이 점점 강하게 대두되자 급기야 姜三載(강삼재)총장이 2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미묘하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총장은 『「얼굴없는 측근」들이 중구난방으로 사견을 늘어 놓는다』며 『무턱대고 총재직만 가져오면 나중에 뒷감당을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오찬모임을 가진 상당수의 중진의원들은 조기이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초 총재직 이양은 9월말이나 10월초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여권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대표가 「병역파문」 이후 지지도가 급락한데다 경선 탈락후보들의 이탈 움직임마저 생겨나는 등 난기류가 형성되자 이대표 주변에서 조기이양론이 대두된 것. 즉 이대표가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총재직을 넘겨받아 위상제고와 당 장악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청와대쪽 분위기는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총재직 조기이양은 당과 후보를 위해서도 지금은 들고나올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며 『이대표측이 공연히 불필요한 언론플레이를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며 불쾌해 했다. 또 몇몇 대표특보도 총재직 조기이양은 「양날의 칼」과 같아 잘 쓰면 도움이 되지만 상황이나 여건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뒷감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신중론을 편다. 이같이 총재직 이양시기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신한국당, 당내 조기이양론과 신중론이 난마처럼 엉키는 등 불협화음이 계속될 경우 자칫 여권 분열이 더욱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인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여전히 신중한 태도여서 적정선에서 상황이 정리될 소지가 더욱 높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최영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