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혼탁 치닫는 「신한국 경선」

  • 입력 1997년 6월 8일 19시 58분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한 신한국당의 경선이 초반부터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금품제공 흑색선전 지역대결 조장 등 구태의연한 불법 탈법행위가 재연되고 있다.

한보사태를 계기로 「돈선거」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분노가 치솟고 있는 판에 집권여당에서 일부 경선주자들의 이같은 「정신나간」 행태에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대의원선출을 위한 지구당개편대회가 시작된 후 경선주자 중 2명이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1백만∼2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 선관위는 어느 경선주자가 돈봉투를 돌렸는지에 대해 확인작업에 나서는 한편 『앞으로 금품제공 사실이 밝혀지면 당기위에 회부, 후보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당개편대회 때마다 돈봉투를 돌려 온 오랜 관행에 젖어있는 경선주자들이 당 선관위의 경고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손발도, 수사권도 없는 당내 선관위가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부 후보와 지구당위원장간의 금품제공 사실을 어떻게 밝혀내겠느냐는 생각들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자금동원력이 있는 경선주자들이 다른 경선주자들의 금품제공에 자극받아 「0이 하나 더 붙는」 1천만∼2천만원대의 돈봉투를 돌릴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당 관계자들은 『당내 경선을 축제분위기 속에서 깨끗하게 치러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아도 우리 당의 인기가 워낙 땅에 떨어져 본선에서 될까말까인데…』라면서 『한보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채 일부 후보들이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면 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한 경선후보측 관계자는 『우리는 뿌릴 돈도 없는 데 선관위가 제발 제대로 단속해줬으면 좋겠다』면서 『괜히 한번 엄포를 놓아보는 식으로는 혼탁선거를 뿌리뽑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당대회가 40여일 남은 지금부터 과열 혼탁양상을 보이는데 앞으로 유력주자 몇명이 「박빙의 게임」을 펼칠 경우와 합종연횡을 할 경우 과거 야당 전당대회때 대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자행됐던 「현금박치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들이다.

금품선거 못지않게 경선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는 것이 각종 흑색선전. 선거 때만 되면 주로 국회의원회관과 당주변을 중심으로 각종 흑색선전이 나도는 것은 상례였지만 이번 경선을 앞두고는 일부 후보를 겨냥한 「경선 중도포기설」 「경선전후 탈당설」 「타후보와 연대설」 「사상(思想)시비」 등이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지금은 돈봉투가 난무하고 노골적인 흑색선전이 나올 만큼 과열 혼탁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면서 『예선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에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각 경선주자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최영훈기자〉

▼ 신한국 경선 무엇이 당규위반인가 ▼

신한국당은 당내 「대통령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된 지난 3일부터 당헌당규에 위반하는 선거운동을 단속하고 있다.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자선출 및 추천규정」 41조는 경선에서 금지되는 선거운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첫째, 전당대회(7월21일)까지 금품 향응제공 등 일체의 기부행위를 금지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4일부터 개최된 전국 지구당개편대회에 특정 주자가 격려금이나 꽃다발을 보낸 것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다.

둘째, 호별방문도 안된다. 지구당위원장이나 대의원들을 공략하고 싶은 주자는 그들의 집이 아닌 공간이나 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셋째, 합동연설회를 제외한 일체의 연설회도 개최할 수 없다. 현재 지구당개편대회에 각 주자들이 참석, 축사를 하는 것도 당규를 엄격히 해석하면 위반사항이다.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이 9일 중앙당 천안연수원에서 충남예산지구당 당직자를 상대로 특강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金德龍(김덕룡)의원은 이 규정이 「이대표에게만 활동공간을 주고 다른 주자들의 발을 묶는다」며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에게 이의를 제기해놓고 있다.

넷째, 「후보추천을 제외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지구당위원장 등 당원에 대하여 서명 날인을 받거나 받게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외에도 △후보자 등의 비방 흑색선전 인신공격 △선거사무소를 제외한 일체의 「유사기관」 설치도 할 수 없다.

당내 선관위는 위의 사항을 위반한 주자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공개경고」를 할 수 있다.

주의 및 시정명령을 세차례 받으면 당해 전당대회에 한해 당원의 권리가 정지된다. 다시 말해 경선후보로 입후보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된다.

공개경고 사실은 합동연설회장 등에서 발표한다. 공개경고를 세번 받고도 계속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당내 선관위가 중앙당기위에 회부, 영구제명하는 등의 엄벌도 가능하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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