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남북赤대표접촉 전망]남북 대화채널 마련 계기

  • 입력 1997년 4월 30일 19시 54분


3일 4년9개월만에 재개될 북경의 남북한 적십자대표접촉에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될까. 우선 정부당국이 내세운 남북적십자대표접촉의 성격에서 대체적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번 남북적십자대표접촉은 민간 차원의 인도적 대북지원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절차를 협의하는 것이므로 4자회담이나 북경3원칙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접촉이 남북한 당국자간 접촉이 아니라 순수한 민간 차원의 만남인 만큼 정치적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한적이 국제적십자사라는 「제삼자」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북적에 전달하는데 따른 세부적인 절차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달경로문제. 한적은 그동안 인천에서 남포항으로 가는 해로(海路)를 이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기회에 판문점 등을 통한 육로를 확보할 생각이다. 또한 지원품목과 시기, 지원대상 등 세부사항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적은 국내산 곡물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외국산을, 이 중 같은 가격으로 많은 양을 구입할 수 있는 옥수수를 선택할 계획인 듯하다. 또한 지원물자의 전달과 분배과정을 점검할 남한 적십자요원의 북한상주 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심각한 식량난 해소의 돌파구를 모색중인 북한의 입장을 볼 때 대표접촉의 성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랜만에 살려 놓은 남북적십자 채널의 불씨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4자회담이나 남북한 당국간 대화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져 있다. 남북한은 이미 지난 84년 북한의 대남 수재물자 지원을 계기로 열린 적십자회담을 통해 남북한 고향방문단 교환을 성사시키고 남북경제회담과 국회회담 등을 잇따라 개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섣부른 낙관론을 우려하는 정부내 목소리도 없지 않다. 남북적십자사가 설령 대북 직접지원이라는 원칙적 합의에 이른다 할지라도 각론에서 민감한 대목이 「지뢰밭」처럼 널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측이 만약 이번 회담을 우리 정부측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선(先)식량지원」이라는 기존 입장을 선전하는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경우 회담결과는 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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