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의원, 측근에 함구령…「비장의 카드」 암시

  • 입력 1997년 4월 8일 20시 08분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한보자금을 받은 의혹에 본격적으로 휘말린 金德龍(김덕룡·신한국당)의원은 7일에 이어 8일에도 기자회견을 가졌다. 8일 회견에서 김의원은 『내가 주도하고 만들었던 문민정부에서 이런 「모함」으로 쓰러질 허약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여러가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이어 「조직적 음모가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지켜보고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고 싶은 얘기는 유보하겠다』며 즉각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김의원의 참모진은 7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개인사무실인 덕린재(德隣齋)에서 밤늦게까지 대책회의를 갖고 갖가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김의원이 실제 어떤 중대결심을 하고 있는지, 참모진의 건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의원은 참모진에도 말을 아끼고 있으며 함구령까지 내렸다. 다만 뭔가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는 단계다. 김의원의 정치적 결단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몇가지의 관측이 나돌 뿐이다. 우선 예상해볼 수 있는 김의원의 반격은 검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김의원은 검찰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여서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의원이 민주계 실세(實勢)로서 알고 있는 정보를 무차별 폭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방식 역시 공멸을 자초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김의원으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의원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비서출신이다. 이같은 정황 때문에 김의원이 파괴적 반격보다는 「조직적 음모설」 또는 「정치적 희생」 여론을 확대시켜 반전을 꾀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또 조직적인 민주계 말살음모라는 여론을 확산시켜 민주계의 지원을 유도해나갈 가능성도 있다. 김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자신과 함께 한보자금 수수의혹에 휘말린 崔炯佑(최형우)고문의 병실을 찾아갔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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