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대표의 「結氷정국 해법」]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2분


지난 연말 노동관계법의 날치기통과로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 3당대표의 교착정국타개 복안과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알아본다. ===========▼ 이홍구대표 「대화라면…」 ▼============ 「朴濟均 기자」 신한국당 李洪九(이홍구)대표는 연초들어 발걸음이 눈에 띄게 바빠졌다. 이대표는 6일 오전 당산철교 철거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만난데 이어 7일 재향군인회 회장단과 만나 안보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8일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회견을 가진 뒤 내주쯤 연두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다. 이어 대전 충남 진해 창원 등의 지방순회도 검토하고 있다. 이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작년 연말 「일정(日程)관리문건」파동 이후 대중과의 직접 접촉을 삼갔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이대표는 또 △일본 자민당 대북접촉창구역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간사장과의 만찬(8일)△로버트 갈루치 전미핵대사와의 면담(10일) 등을 통해 자신의 남북관계 경륜을 발휘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이대표는 또 대표실을 개방, 당소속 의원들과의 대화 폭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이대표측은 『노동관계법처리에 의원 1백55명이 빠짐없이 참석한 것은 이대표의 리더십을 말해준다』며 『이제 이대표도 자기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대표는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노동계가 재파업에 돌입하고 여야간 대화가 단절된 현 정국의 타개 방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여당 단독으로 소집된 제 183회 임시국회 회기가 오는 21일까지인 만큼 이 기간내에 여야 대화를 복원, 정기국회 때 처리하지 못한 도로교통법개정안 등 민생관련 법안을 회기내에 통과시키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는 6일 정국타개방안과 관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7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가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고만 말했다. ===========▼ 김대중총재 「유화 몸짓」 ▼============ 「李哲熙 기자」 3박4일간 신년휴가를 다녀온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당무복귀 첫날인 6일 대여(對與)투쟁의 수위조절을 시도했다. 국회본회의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관계법이 원천무효라던 강경입장에서 노동관계법의 재개정을 여권에 촉구하고 나섰다. 『위기국면을 대화로 풀어보자』며 「유화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총재는 이날 아침 자신의 생일을 맞아 일산 자택을 찾아온 당직자들에게 결빙상태의 정국을 풀기 위해 총무회담 등 대화재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어 김총재는 간부회의에 참석, 『현재의 위기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여당과 협의, 노동관계법의 재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자민련과의 공동대책위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여당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일절 불응한다」는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고 대화노선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노동계 파업에 따른 정부의 공권력투입, 대량검거사태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마냥 팔짱만 낀채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향전환은 대화 자체에 비중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자칫 여권의 의도에 말려들어 노동계와 함께 파업사태의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을 우려,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술적 변화라고 김총재의 한 측근은 분석했다. 이는 노동관계법 재개정을 위한 여야논의를 제의하면서도 영수회담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장외투쟁불사라는 배수진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대화의사를 먼저 밝혀둠으로써 김대통령의 태도변화를 주시하겠다는 속셈도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 김종필총재 「영수회담」 ▼============ 「宋寅壽 기자」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새해들어 별다른 일정없이 당무를 보며 정국구상에 전념하고 있다. 김총재는 6일에도 2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하루종일 서울 마포당사에 머물렀다. 당초 참석할 예정이던 상공회의소 신년교례회에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김총재는 8,9일경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가다듬은 자신의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여기서 언급될 정국해법은 간단하다.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현재의 교착정국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고 그 결과에 따라 날치기처리된 노동관계법 등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회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본인은 싫더라도 야당 총재들을 만나 설득도 하고 의견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김총재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총재는 영수회담에 앞서 여야 원내총무가 노동관계법 재개정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국민회의측 제의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현재의 상황은 여야 총재들이 나서야지 실무진이 만나봐야 해결될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총무회담이 선행될 경우 지난해 신한국당의 날치기처리로 인한 대여(對與)비난여론이 희석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져 있다. 김총재는 그러면서 『혼자서만 옳다고 독선과 독주를 거듭하더니 나라를 망쳐놓았다. 대통령선거에서 「민주계」를 정권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진정한 정권 교체다』며 교착정국은 물론, 경제난까지 김대통령의 무리한 정국운영 탓으로 돌렸다. 여권에 대한 김총재의 발언 강도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양상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