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97 선진정치/깨끗한 정치]「공정한 룰」마련을

  • 입력 1997년 1월 5일 20시 05분


「宋寅壽 기자」 선거과정의 공정성 민주성이야말로 한 나라 정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우리처럼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 「죽기 아니면 살기」 「과정보다는 결과」가 절대시되는 풍토에서는 선거의 결실(結實)이라 할 수 있는 정치가 바로 서기 힘들다.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대상황에 맞게 이번에는 선거풍토를 한번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드높은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오로지 이기기 위해 온갖 불법 탈법 편법을 마다하지 않았던 풍토도 이제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하고 이기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모든 것을 잃는 「게임논리」에도 이제는 종지부를 찍자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군중집회 의존 곤란 ▼ 李南周(이남주)YMCA전국연맹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모를 구석구석 아는데는 TV토론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면서 공중파 방송 뿐 아니라지역방송 및 케이블 TV 등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과의 토론, 여성종교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소견피력 등을 활성화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 朴元淳(박원순)변호사는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된 국민위원회 등이 대통령후보를 초청, 토론회를 갖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시민단체들의 소그룹 토론회를통해 후보자를 손쉽게 만나 직접 평가할 수 있어야 유권자들이대규모 군중집회로몰려가지 않고합리적 선택을 하게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朴虎聲(박호성)서강대교수도 『또다시 군중집회에 의존하면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분열」만 야기할 것』이라며 『대선에서도 총선과 마찬가지로 선관위 주관으로 지역별 소규모 합동연설회를 여는 방안을 고려해 봄 직하다』고 제안했다. 박교수는 또 지지후보 발표 금지 등 시민단체 등의 선거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누구든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밝힐 수 있는 정치적 자유를 현행 선거법이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박교수의 주장이다. 兪在賢(유재현)경실련사무총장도 같은 생각이다. 유총장은 아예 『선거는 정치인과 국민간의 싸움』이라면서 『시민들이 자유스럽게 의견을 밝히고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것만이 선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식 예비선거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견해도 경청할만한 대목이다. 林玄鎭(임현진)서울대교수는 『당내 후보선출 과정에서부터 선거운동 방법이 개선돼야 본선거도 선진화 될 것』이라며 미국식 예비선거제의 도입을 촉구했다.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비중을 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金日秀(김일수)고려대교수는 『그동안의 선거는 여당에 「프리미엄」이 주어져 여야간의 형평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제한 뒤 『이같은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를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朴範信(박범신)씨도 『역대 선거에서 한번도 여야에 법적용이 공평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선진선거는 무엇보다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겠다는최고책임자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李正子(이정자)전문직여성클럽 한국연맹회장도 『언론의 편파보도 등 여당에 유리한 기존의 선거풍토 개선 없이 선진선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 “TV토론 활성화” 전망 ▼ 야당 정치인들도 물론 같은 견해였다. 국민회의의 李海瓚(이해찬)정책위의장은 『공정한 언론보도를 위해 언론매체를 감시하는 기구를 신설, 보도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 그때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趙富英(조부영)전사무총장도 『조직과 자금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인 야당으로서는 TV토론 등의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면 92년 대선 당시 여당 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신한국당의 崔秉烈(최병렬)의원은 『금융실명제 때문에 여야 후보 모두 정치자금 모금에 적지않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자연히 돈이 많이 드는 재래식 선거운동양상보다 TV토론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任左淳(임좌순)중앙선관위선거관리실장은 『정당들의 사전선거운동과 사조직의 선거참여 등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대선 6개월만에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선거개입이 우려되는 만큼 단속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