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시어머니 잘 모시려 요양보호사 자격증 딴 효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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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어버이날 100명에 훈장-표창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게 당연시됐던 과거에도 수십 년간 아픈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은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특히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살다 보면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세상이다.

부산에 사는 최명주 씨(65·여). 최 씨는 1976년 결혼한 뒤부터 지금까지 41년간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살림집과 붙어 있는 1층 가게에서 장사를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최 씨는 손님이 없을 때면 수시로 2층으로 올라갔다. 시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랜 투병 생활 속에 5년 전 치매 3급 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는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고 수시로 집안 문을 모두 잠가 버리는 행동으로 가족을 지치게 했다. 그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게 쉽지 않아 지치고 힘들 때면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최 씨는 마음을 다잡았고,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더 제대로 모시고 싶어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최 씨의 지극정성 덕분이었을까. 시어머니의 증상은 한결 나아졌고 치매 등급도 3급에서 4급으로 호전됐다.

시어머니를 향한 극진한 사랑의 유전자는 자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최 씨를 보고 자란 세 자녀는 결혼한 뒤에도 틈틈이 최 씨와 할머니를 보러 집을 방문한다. 최 씨의 가족은 동네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 씨는 8일 ‘제45회 어버이날’을 맞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이날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정근량 씨(59·여)의 삶도 최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전에 사는 정 씨는 1984년 결혼 직후부터 지금까지 몸이 아픈 시어머니의 병 수발을 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 씨는 11년간 통장을 지내며 지역사회에서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특히 명절이나 혹한기, 혹서기에는 동네 경로당과 혼자 사는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며 ‘말벗’이자 ‘자녀’ 역할까지 대신한다.

16년간 장모를 친부모처럼 모신 조정현 씨(60)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다. 전북 익산에 사는 조 씨는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며 50차례에 걸쳐 지역사회 어르신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며 일상 속에서 효를 실천하고 있다.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 김성헌 씨(76)는 25년간 뇌병변과 소아마비를 가진 여동생을 돌보고 있다. 뇌중풍(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10년간 매일 목욕을 시켜 드리며 정성스레 보살폈다. 그는 대한노인회에서 활동하며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 어르신의 삶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복지부는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어버이날 효사랑 큰잔치’ 행사를 열고 국민훈장 수상자 4명을 포함해 사회에 모범이 될 만한 ‘효행자’와 ‘장한 어버이’ 등 100명에게 훈장 및 표창을 준다. 수상자는 △국민포장 4명 △대통령표창 11명 △국무총리 표창 12명 △보건복지부 표창 69명이다. 정부는 1973년부터 어버이날 기념행사를 열고 정부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어버이날 100명 표창#요양보호사#효녀#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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