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만에 눈물로 맞은 아버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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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사 조영환 하사 유해 가족품에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고 조영환 하사의 딸 조규순 씨(왼쪽)가 17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지역 관할 부대인 육군 56사단 김진옥 중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명의의 위로패를 전달받고 있다. 2009년 조 하사의 유해를 발굴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7년여의 탐문 조사 끝에 유골을 가족의 품에 안겨 주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고 조영환 하사의 딸 조규순 씨(왼쪽)가 17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지역 관할 부대인 육군 56사단 김진옥 중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명의의 위로패를 전달받고 있다. 2009년 조 하사의 유해를 발굴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7년여의 탐문 조사 끝에 유골을 가족의 품에 안겨 주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제라도 아버지를 모실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쁩니다.”

 조규순 씨(69·여)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 내내 “아버지가 돌아오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유해감식단)은 이날 서울 은평구의 조 씨 집을 찾아 부친인 조영환 하사(사진)의 유품(수통 뚜껑, 전투복 단추 등)을 건넸다. 이어 조 하사의 신원확인통지서와 국방부 장관 위로패, 유해 수습 때 관을 덮었던 태극기를 전달하는 ‘호국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했다.

 경기 화성군 반월면 월암리(현 의왕시 월암동)에서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하사는 1949년 1월(당시 21세) 아내와 생후 두 달 된 딸을 두고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이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옹진지구와 오산전투에서 북한군과 싸웠다. 같은 해 8월 경북 포항·경주 일원의 기계-안강지구전투에 참전했다가 행방불명됐다. 군과 가족은 전사로 추정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했다.

 59년이 지난 2009년 3월 기계-안강지구전투가 벌어졌던 포항시 기북면 대곡리 고지에서 조 하사의 유해와 유품이 발굴됐다. 조 하사는 북한군 12사단과 격전을 치르다 전사한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 하사가 가족을 찾는 데는 7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발굴 당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었기 때문. 유해감식단은 6·25전쟁 전사자 유족의 유전자(DNA) 시료를 계속 확보하는 한편 전사자 명부를 들고 탐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조 하사의 딸과 남동생 등 유족을 찾아 유전자 시료를 채취할 수 있었다. 이후 1, 2차 유전자 대조 검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조 하사의 신원과 유족 관계를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조규순 씨는 “할머니는 매일 창문과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다 2013년(향년 101세)에 돌아가셨다”며 “조금만 일찍 아버지의 유해를 찾았더라면 편히 하늘나라로 가셨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오랜 세월 흑백사진 한 장을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는데 뒤늦게나마 뵐 수 있어서 군에 감사하다”고 했다.

 군은 유족과 상의해 조 하사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거나 화장한 뒤 봉안할 계획이다. 유해감식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9500여 구를 발굴했지만 유족을 찾은 경우는 118건에 불과하다”며 “유족들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보다 적극 나서 주면 호국영웅들이 더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조영환#호국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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