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 “100권 못 채운 게 아쉽죠”… 파리로 간 ‘식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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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 한국문화원서 특별전

허영만 화백이 7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개막된 ‘식객’ 특별전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 앞에섰다. 왼쪽은 프랑스판 ‘식객’인 ‘대지의 형제들’의
작가 자크 페랑데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허영만 화백이 7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개막된 ‘식객’ 특별전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 앞에섰다. 왼쪽은 프랑스판 ‘식객’인 ‘대지의 형제들’의 작가 자크 페랑데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제가 코가 큰 분들 앞에서 이렇게 마이크를 잡는 건 처음이라 조금 떨립니다.”

 거장 허영만 화백(69)도 긴장한 듯했다. 7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 마련된 ‘식객’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허 화백은 “식객뿐 아니라 제 인생 최초의 해외 전시”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된 ‘식객’은 숨겨진 전국 팔도강산의 음식과 식재료를 소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랑스어 부분 번역본도 선보였다.

 개막식에는 프랑스판 ‘식객’인 ‘대지의 형제들’의 작가 자크 페랑데즈(61)도 참석했다. 그 역시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부터 남부 코르시카 섬까지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각 지방 고유의 음식을 그려 큰 인기를 얻었다.

 페랑데즈가 “나는 셰프 한 명과 둘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취재했다. 특히 지방 방언을 꼭 넣었다”고 말하자 허 화백은 “나와 같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취재를 열심히 해 준비해도 막상 스토리를 써야 할 시점에 감정이 살아나지 않아 현장에 또 가곤 했다”며 “사투리를 쓰면 더욱 현장감을 살릴 수 있어 늘 찾아 넣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은 2002년 처음 동아일보에 식객을 연재할 당시 고충도 털어놓았다.

 “만화의 단점이 냄새가 안 난다는 겁니다. 독자들이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사실감 있게 그려야 했어요. 게다가 매일 신문 마감 압박이 상당했지요. 그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그는 “인생의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식객은 그런 작품”이라며 “그런 점에서 100권까지 못 그린 게 참 아쉽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는지 묻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또 하라고? 지금은 못 해요. 그럴 힘이 없어요.”

 “누구나 그렇듯 먹는 것과 돈에 관심이 많다”는 허 화백은 “백반집을 탐구하는 만화와 주식을 다룬 만화를 준비 중인데 서민의 음식인 백반집이 의외로 쓰는 요리 재료가 다양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미식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를 찾았지만 그는 한국 음식이 최고라고 했다.

 “프랑스 음식이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나는 기름진 음식을 싫어해요. 결혼식장에서 스테이크를 끝까지 먹어본 적이 없지요. 그래도 와인하고 생굴 이건 정말 잘 어울리거든. 마침 굴철에 왔으니 생굴은 실컷 먹고 갈까 해요.”

 전시는 내년 1월 4일까지 이어진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허영만#식객#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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