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고영우 교수 “다양한 대입 전형, 경제학으로 보면 효율 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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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고영우 교수 대입제도 분석
“수험생과 대학의 선호 불일치 사회적으로는 비효율 예단 어려워”

자신의 연구 분야인 ‘매칭 이론’으로 대학입시 문제를 분석한 고영우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17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신의 연구 분야인 ‘매칭 이론’으로 대학입시 문제를 분석한 고영우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17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다양한 전형 요소로 각 대학이 학생들을 따로 뽑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성을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비효율’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1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난 고영우 경제금융학과 교수(35)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최근 ‘분산화된 대학 입시(Decentralized College Admissions)’라는 제목의 논문을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해외 학술지 ‘정치경제학 저널’에 발표했다.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매칭 이론’ 연구자인 고 교수는 미국 유학시절 지도교수인 최연구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55)와 함께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한국의 입시 제도를 살폈다. 두 학교에 원서를 낸 지원자를 대학이 선발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선택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경제학자가 하필이면 대학 입시라는 주제를 파고들었는지 궁금했다. 고 교수는 “서로에 대한 선호를 가진 양쪽이 어떤 조건에 따라 짝을 이루는지 연구하는 매칭 이론을 적용하기에 적합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의 학력고사 제도도 해외 학자의 연구 대상이 된 적이 있다”고도 했다. 기업과 취업준비생 역시 이 이론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학생이 어떤 대학을 선호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대학은 학생의 선호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대학별로 분산화된 입시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든 학생과 대학이 일종의 ‘정보센터’에 선호 순위를 밝히고 그 순위에 따라 대학이 단계적으로 ‘잠정적 합격자’를 결정하는 중앙 집중화된 입시 방법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줄 세우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런 방법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입시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는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학교 입학처장으로 일할 때 고 교수와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다는 배영찬 화학공학과 교수는 “바로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관련 연구를 이어가야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얘기했다.

 고 교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입시의 절대적 기준이었던 시절 대학에 진학했다. 이른바 ‘수능 세대’다. 그는 “입시 제도의 효율성은 사회 전체에서 발생하는 효과를 모두 분석해야 답을 낼 수 있는 과제”라며 수시모집 정원이 80%에 이르는 현 상황이 효율성에서는 수능 중심 입시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인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제학자#고영우#대입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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