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문화재 파괴, ICC조사 적합여부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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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호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ICC서 다루는 것만으로도 국제적 압박효과 줄 수 있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문화재 파괴 문제를 다룰지 고려하는 것 자체만으로 IS를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

정창호 신임 ICC 재판관(48·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문화 청소’라 불리며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IS의 고대 유물 파괴 행태를 지적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27일 IS의 고대 유물 파괴를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ICC에 조사를 촉구했는데, 이 사안은 정 재판관을 포함한 18명의 재판관이 속한 ICC에서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정 재판관은 10일 임기를 마치는 송상현 ICC 소장(74)의 뒤를 잇는 두 번째 한국인 ICC 재판관으로 ‘사법 한류 2세대’로 불린다.

정 재판관은 ICC가 IS의 고대 유물 파괴 행위를 조사할지 자신이 직접 판단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했다. 정 재판관은 “IS 사안을 ICC에서 다루는 게 적합한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분쟁 등 최근 국제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ICC 회부를 거론할 만큼 ICC의 존재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북한 인권결의안이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ICC 재판정에 설 여지가 생길지도 관심사다. 정 재판관은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하면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형태의 혼합형 특별재판소를 가능성 있는 변수로 꼽았다. 혼합형 특별재판소는 유엔총회 결정에 따라 해당국과 논의해 현지에 세우는 것으로 안보리 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정 재판관은 “유엔 보고서에서는 ICC와 특별재판소 회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세계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한국이 국제무역을 통해 이룬 경제발전을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 주도를 통해 세계에 돌려주자고 제안했다. ‘한국이 아시아 인권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독도 문제를 관할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2021년 선거에서 일본 중국에 대응할 한국인 재판관 후보를 내기에 유리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정 재판관은 3일 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떠나 11일부터 9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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