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150대 -TV1000대 맞먹는, 앨범 아이디어 샐까봐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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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배꼽잡는 美 록 듀오 ‘테네이셔스 디’의 잭 블랙-카일 개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에서 만난 미국 록 듀오 ‘테네이셔스 디’의 카일 개스(왼쪽)와 잭 블랙은 “우린 일부러 웃기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우리 음악은 유기농법처럼 자연 그대로 나온다”고 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에서 만난 미국 록 듀오 ‘테네이셔스 디’의 카일 개스(왼쪽)와 잭 블랙은 “우린 일부러 웃기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우리 음악은 유기농법처럼 자연 그대로 나온다”고 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스쿨 오브 락’ ‘킹콩’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 출연한 할리우드 대표 코미디 배우 잭 블랙(45)이 자신이 보컬을 맡은 록 듀오 ‘테네이셔스 디’ 내한공연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5일 오후 첫 공연 전에 출연자 대기실에서 블랙과 멤버 카일 개스(54·기타)를 만나 15분간 잡담했다. 테네이셔스 디는 2001년 데뷔 이래 B급 유머와 허세, 패러디 가득한 가사와 무대를 상당한 음악성과 결합해 록 음악과 코미디 팬들 사이에서 컬트적 인기를 얻었다.

판다만 한 직사각형 덩치에 커다란 야구모자 아래로 큰 눈을 부라리며 눈썹을 ‘V’자로 연방 치켜 올리는 블랙만큼이나 민머리의 개스 역시 웃겼다.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파파라치들이 포진해 있었다. ‘또 시작이군. 록 스타의 삶이란…’ 했다. 근데 우리 뒤를 찍더라고. (비슷한 시간에 입국한 한국 그룹) 샤이니였다.”(블랙)

―밴드를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란 뭘까.

“기타다.”(개스) “보컬!”(블랙)

―연습은 매일 하나.

“콘서트 전 며칠만 한다.”(블랙) “난 매일 하는데? 뇌로.”(개스) “뇌 주름으로 기타 코드를 짚을 수 있다고? 무슨 소리야?”(블랙)

―다음 앨범은 언제쯤 낼 건가.

“뇌를 아이디어로 임신시켰으니까 아홉 달 뒤에 나올 거다. 내년 크리스마스 때쯤?”(블랙)

―그 아이디어란 뭔가.

“말해 주고 싶어 미치겠지만 안 된다. 당신이 앨범 수백만 장을 팔게 할 순 없다. 우리 인기의 비밀이 밝혀질까 늘 두렵다. 우리 아이디어는 150대의 혼다자동차, 아니 1000대의 삼성 텔레비전에 맞먹는다.”(블랙)

―테네이셔스 디는 무슨 뜻인가.

“농구를 좋아한다. ‘끈질긴 수비’(tenacious defence)로 유명한 팀이 웃겨서 그걸로 지었다. 이젠 늦었다. 일단 유명해지면 밴드명은 바꿀 수 없다는 걸 역사는 보여준다.”

―음악은 공격적이다.

“보라. 우린 정말 귀여운 남자들이다.”(블랙)

―서로 오랜 친구인 것으로 안다.

“‘액터스 갱’(배우 팀 로빈스가 설립한 극단) 멤버로 1989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함께 출연한 뒤 어울리기 시작했다. 개스는 내가 치즈버거를 사주는 대가로 기타를 가르쳐줬다.”(블랙)

―록의 핵심은 뭘까.

“가장 열정적인 자신이 되는 거다. 당신(기자)이 지금 미친 듯이 키보드 자판을 치는 것도 록이다. 근데 뭔가 쓰고 있긴 한 거야?”(블랙)

약속된 15분의 인터뷰 시간이 흐르고 무대 음향 체크 시간이 되자 블랙은 “오, 주여. 마지막 질문이다. 준비해온 질문을 한꺼번에 번개처럼 던지라”고 했다. 왜 코미디 록을 하나? “다음 질문!”(블랙) 순간, 스프링처럼 소파에서 몸을 튕겨 일어난 둘이 당장 뛰어나갈 듯 두 주먹을 꼭 쥐고 1.5배 커진 눈으로 기자를 봤다. 요즘 끈질기게(tenacious) 붙들고 있는 건 뭔가. “이 인터뷰지. 음향 체크하러 가야 하는데 로큰롤(인터뷰)을 하고 있잖아!”(개스)

이날 오후 8시부터 열린 공연에서 둘은 찰떡처럼 맞는 기타 연주와 코믹 연기로 관객들 배꼽을 빼놨다. 미국 그래미는 6일 테네이셔스 디가 2015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메탈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테네이셔스 디#잭 블랙#카일 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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