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만족하는 조직의 長? 그게 목표는 아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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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앞둔 김중수 한은 총재 간담회

이달 말 퇴임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퇴직하다’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retire’가 타이어(tire)를 새로(re) 갈아 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이달 말 퇴임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퇴직하다’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retire’가 타이어(tire)를 새로(re) 갈아 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달 말 퇴임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저녁 열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재임기간 4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또 김 총재는 “목적을 정해 놓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서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조직의 장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기 중 금리 결정과 한은 운영 등을 두고 쏟아진 한은 안팎의 비판 여론에 대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달 13일에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끝낸 후 “질풍노도의 기간이었다”라며 지난 4년간이 녹록지 않았다는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재는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이 좋아진 때 물러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며 홀가분하다는 표정이었다. 올해 경제성장률(3.0%)이 잠재성장률(3%대 중후반)에 가까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을 무난하게 수습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회에 참석했을 때 각국 중앙은행 총재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한국 경제가 4년 전에 비해 한 단계 더 올라갔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금리 결정을 둘러싼 ‘실기론’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각을 세웠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컸던 2010년에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쳤고, 2012년 후반부터 지난해 초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질 때에는 작년 5월에야 뒤늦게 금리를 내렸다는 시장의 비판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는 “통화 정책은 중장기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세우는 것이므로 4월이냐 5월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도 정부다”라는 발언으로 인해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는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한다는 소신에 따라 답했다”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한은 총재에 취임해 일었던 ‘낙하산 논란’과 관련해 “한은 총재도 정무적인 판단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반박했다.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경제수석을 지냈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따지고 보면 백악관 경제보좌관 출신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2년 전 자신을 비판하며 한은을 떠났던 후임 이주열 총재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 총재들의 퇴임사를 보니 경제에 대한 설명은 있어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없더라”며 말을 아꼈다.

김 총재는 퇴임 후 학교로 돌아가 후학을 가르치며 재임 시의 활동과 고민을 담은 책을 준비할 예정이다. 금리 결정 실기론에 대해서도 글을 쓸 계획이다. 김 총재는 “‘퇴직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인 ‘retire’가 타이어(tire)를 새로(re) 갈아 끼우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며 “나는 어떤 타이어로 갈아 끼워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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