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사령관 “우린 선교-구제 함께 공부하는 수험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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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취임 예배 앞둔 박종덕 신임 한국구세군 사령관

박종덕 신임 한국구세군 사령관은 “처음 구세군이 됐을 때의 열정을 언제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부인 윤은숙 씨도 6일 그와 함께 구세군 여성사업총재로 취임한다. 구세군은 세계구세군 대장 20명 중 3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게 장벽이 없는 교단이다. 박 사령관의 장남도 경북 청송군의 이촌영문 담임사관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종덕 신임 한국구세군 사령관은 “처음 구세군이 됐을 때의 열정을 언제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부인 윤은숙 씨도 6일 그와 함께 구세군 여성사업총재로 취임한다. 구세군은 세계구세군 대장 20명 중 3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게 장벽이 없는 교단이다. 박 사령관의 장남도 경북 청송군의 이촌영문 담임사관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요즘 기독교(개신교)가 ‘개독교’라는 말까지 듣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 우리 근현대사에서 개신교가 교육과 의료 등의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너무 몰라준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그래도 섭섭하다 탓하지 말고 본연의 구원의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6일 취임 예배에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에서 만난 박종덕 신임 한국구세군 사령관(63)은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일부 대형교회에서 벌어지는 세습과 목회자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추문이 비판적 목소리의 배경이라고 했다.

연말 자선냄비로 잘 알려진 구세군은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군대라는 뜻이다. 한국구세군은 280개 영문(營門·교회)에 5만여 명의 병사(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리 받아본 박 사령관의 취임사에는 ‘교단 규모를 감안하면 사회복지 분야에 너무 많이 힘을 쏟고 있어 힘들 때도 있다’는 표현이 있었다. 엄살인가 싶어 물었더니 그는 “우리 (일) 너무 많이 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교회 수보다 많은 300여 곳의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하나라면, 이웃을 섬기는 시설도 하나’라는 원칙에 충실한 셈이죠.”

이런 비유도 했다. “구세군은 선교라는 교회 본연의 역할과 사회구제의 두 과목을 한꺼번에 공부하는 수험생입니다.(웃음) 때로 힘에 부치지만 서로 보완적 관계이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6월 사령관 임명 소식을 들은 뒤 그가 처음 한 일은 기도였다. 부족한 사람이 한국구세군을 이끌 수 있는 지혜와 힘을 달라고 청했다. 그는 짐을 미처 옮기지 못해 그대로 쓰고 있는 서기장관(書記長官)실의 쪽문을 가리키며 “전임 사령관이 계실 때는 저 문을 통해 건너가 언제든 상의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어 어깨가 더욱 무겁다”고 했다.

박 사령관은 서울지방장관을 마친 뒤 2010년 호주구세군 남군국 부서기장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호주는 영연방 국가로 오랜 구세군 역사가 있어 배울 점이 많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호주에서는 부활절이 지난 뒤 전체 구세군이 모금에 참여합니다. 사관들이 가정을 방문해 모금을 받는데, 심지어 횡단보도까지 담당자가 있을 정도로 철저합니다. 사관들이 문을 두드리고 ‘샐베이션 아미’라고 하면 10달러, 20달러씩 기부합니다. 구세군과 기부문화가 일종의 생활로 그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겁니다. 한마디로 부러웠죠.”

하지만 1928년 시작된 한국구세군의 자선냄비는 다른 국가 구세군과 비교해도 성공적인 전통이 됐다고 그는 자부했다. 올해 11월 새로 시작되는 자선냄비 모금 목표액은 100억 원. “한 해 전 모금 목표가 70억 원인데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습니다. 자선냄비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십시일반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사회교육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댕그랑댕그랑 울리는 구세군의 종소리는 세상뿐 아니라 자신들의 자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1960년대 말 개신교 신자는 100만 명, 1990년대 말에는 1000만 명이라고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리대로 살아 선한 영향력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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