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내면에 ‘문학의 우물’ 만드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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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 보이’ 작가 팀 볼러 방한

“입시 경쟁 때문에 한국 청소년들이 공부에 도움 안 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학 독서는 경쟁사회에서 거의 유일한 비경쟁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봅니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퍼내도 마르지 않는 내면의 우물을 갖는 일과 같습니다.”

영국 작가 팀 볼러 씨(60·사진)는 청소년기 문학 독서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대표작 ‘리버 보이’는 1997년 출간 당시 ‘해리포터’를 누르고 매년 최고의 영국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카네기 메달을 받았다. 내년 런던 국제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문학 교류차 내한한 그를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만났다.

국내에 2007년 번역된 ‘리버 보이’는 15세 소녀 제스가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떠나는 이별 여행을 그린 성장소설. 죽음을 두려운 삶의 종점이 아닌 강의 흐름과 순환 같은 섭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전 세계 21개 나라에서 출간됐다.

“불교의 윤회사상에 익숙해서 그럴까요? 한국 독자는 강의 흐름을 인생에 대한 은유로 표현한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군요. 제가 14세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워했던 제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리버 보이’ 외에도 ‘스타 시커’ ‘스쿼시’ 등 그의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삶과 죽음 같은 묵직한 주제를 잘 녹여내 성인이 읽어도 공감할 만한 작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곱 살 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정말 다양한 독자들이 e메일로 감상을 보내 주십니다. 인도네시아나 라트비아 같은 나라에서 메일이 와서 저도 신기해요.”

작가는 인터넷 시대에 소설의 위상에 대한 감회도 털어놨다. “찰스 디킨스가 소설을 썼던 19세기처럼 소설이 오늘날의 TV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소설은 정신의 근육인 상상력을 길러주는 고유의 힘이 있기에 저는 소설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리버 보이#팀 볼러#청소년기 문학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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