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산골서 손으로 배 만드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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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제 선박학교서 20∼40대 7명 구슬땀
SADI 교수 출신 최준영 교장이 세워

강원 원주 올리버 선박학교 실습실에서 최준영 교장(가운데)의 지도를 받으며 학생들이 배를 만들고 있다. 이 배는 다음 달 완성할 예정이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원주 올리버 선박학교 실습실에서 최준영 교장(가운데)의 지도를 받으며 학생들이 배를 만들고 있다. 이 배는 다음 달 완성할 예정이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중언 씨(41)는 강원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있는 ‘올리버 선박학교’ 학생이다. 이 학교는 목조선박을 만드는 ‘보트빌더(BoatBuilder)’를 양성하는 곳. 김 씨는 전남 목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강원도 산골로 찾아왔다. 그는 10년간 요트 제작회사에서 생산공정 관리를 담당했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공정과 부족한 기술력 등에 한계를 느끼고 한층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이 학교에 입학했다. 김 씨는 “지난 방학 때 직접 카누를 만들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자신감을 느꼈다”며 “졸업 후 회사로 복귀하거나 창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길산 씨(26) 역시 직접 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배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떠나기에 앞서 국민대(건설시스템공학부)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휴학했다. 요즘은 배를 만드는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동기생들과 함께 15피트(약 4.5m) 길이의 레저용 모터보트를 만들고 있다. 김 씨는 “구석구석 내 손길을 거쳐 배가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다. 보트빌더는 정말 창조적인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올리버 선박학교의 학생은 총 7명. 부산, 강원 속초, 경기 파주, 경남 거제 등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연령대도 20∼40대로 넓고 도전하게 된 계기도 각양각색이다. 스포츠센터에서 근무하다 배에 매료됐거나 정보기술(IT)회사 창업 실패 후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 문을 두드린 이도 있다.

이 학교는 SADI(삼성 아트&디자인 인스티튜트) 교수 출신인 최준영 교장(45)이 세웠다. 같이 일할 보트빌더를 양성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최 교장은 미국 노스웨스트 보트빌딩스쿨 출신으로 이곳에서 배운 지식과 직접 배를 만든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교육부 인가학교는 아니지만 국내 유일의 나무보트 제작 기관인 올리버 선박학교는 9월부터 학기가 시작돼 2년 4학기제로 운영된다. 화∼토요일 수업이 진행되는 정규반 외에도, 주말에만 보트 제작을 배우고 직접 만드는 교실이 마련돼 있어 도시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이 직접 만든 배를 바다에 띄우는 꿈을 꾸며 참여하고 있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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