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철모’ 투혼 해병, 원전 지킴이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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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때 자주포 응사… 임준영씨 한수원 입사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대응사격을 했던 임준영 씨의 당시 모습. 상병 계급장이 불에 타 떨어져나갔다. 그는 인중에 약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동아일보DB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대응사격을 했던 임준영 씨의 당시 모습. 상병 계급장이 불에 타 떨어져나갔다. 그는 인중에 약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동아일보DB
“북한군이 연평도를 포격할 당시 우리 장병들은 어느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저도 K-9 자주포를 포상에 위치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움직였어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도 국방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연평부대 포7부대 상병으로 나라를 지켰던 임준영 씨(24·사진)는 한국수력원자력 입사를 하루 앞둔 17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철모 외피에 불이 붙어 계급장이 떨어져나가는 줄도 모른 채 북한군에 대응사격을 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됐다. 당시 북한군이 쏜 포탄 때문에 임 씨의 부대에 화염이 일어났고, 그를 포함한 부대원들은 즉각 대응사격을 했다. 약 한 시간에 걸친 상황이 끝난 뒤에야 그는 철모 외피가 검게 타고, 입술 윗부분 인중이 따끔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 씨는 제대 후 인하공업전문대 자동차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11월 한수원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의 감투정신에 감동을 받은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특별채용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는 고마운 마음으로 수락했다. 단,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입사는 졸업 후로 미뤘다. 그는 18일부터 42주 동안 원자력 기초이론, 원전기술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은 뒤 부서에 배치된다.

임 씨는 “국내 최대 원자력회사에 입사하게 돼 기대가 크다”라며 “2년 전 일본 원전사고 때문에 원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연평도 사건은 앞으로도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버티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처음 하는 사회생활이니만큼 군대를 다시 가는 기분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심정을 묻자 임 씨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최전방의 장병과 후배들이 떠오릅니다. 선배들이 연평도 포격 당시 처음 겪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잘 대처했으니 후배들 역시 만일의 상황에서도 잘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연평도#임준영씨#한국수력원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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