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만학도 할머니들에 “뒤늦게 용기내 공부하는 여러분이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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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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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가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는 할머니들을 15일 서울 종로구 삼
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가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는 할머니들을 15일 서울 종로구 삼 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을 때는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총리님, 학교 마치면 맛있는 것 사드릴게요.”(원부용 씨·64·여)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게 된 데는 여러분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존경해야 할 진짜 영웅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용기를 내서 공부하게 된 것은 찬사와 격려를 받아 마땅합니다.”(김황식 국무총리)

평균 연령 70세 안팎의 만학도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 모였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시작한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늦깎이 학생들. 배우지 못한 한(恨)을 평생 지녔던 이들의 사연이 동아일보 보도로 알려지자 김 총리가 격려하기 위해 초청했다.

황해도가 고향인 방수자 할머니(71)는 6·25전쟁 때문에 공부할 시기를 놓쳤다. 5남매를 키우느라 공부할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올해 서울 종로구 교동초에서 공부하고 있다. 저혈압으로 쓰러진 사돈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로 백일장에서 은상을 탔다.

한일선 할머니(81)는 “종갓집 맏딸로 태어났다. 당시에 나환자(한센인)가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 등굣길의 아이를 잡아간다는 소문이 있어 학교에 못 다녔다”며 “친구의 권유로 다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늦깎이 학생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자녀들이 숙제를 물어봐도 답하지 못했던 부끄러움.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 한 장 못 보낸 설움. 지하철 노선도를 읽지 못해 혼자 타지 못했던 불편. 이제는 훌훌 털어버렸다. 한별례 할머니(70)는 김 총리를 만나 악수한 손을 집에 가서도 씻지 않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본보 9월 11일자 A13면.
본보 9월 11일자 A13면.
눈시울을 붉힌 쪽은 오히려 교사들이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초등학교에서 늦깎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순현 교사(54·여)는 “처음에 문해교실을 하라는 공문을 받았을 때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가장 은혜 받은 게 교사들이다”며 “학생들이 글을 읽다가 울고, 글을 쓰다가 웃는다. 해드린 게 별로 없는데 너무 감사해하니까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뒤늦게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 달라”고 김응권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과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에게 당부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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