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장애아 지호 “공 차면서 꿈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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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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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케미칼 ‘복지관 유소년 축구 교실’의 작은 기적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에서 8일 오전에 열린 ‘제6회 트라이서클배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공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양평=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에서 8일 오전에 열린 ‘제6회 트라이서클배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공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양평=변영욱 기자 cut@donga.com
8일 오전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 이날 열린 제6회 트라이서클배 유소년 축구대회의 스타는 단연 윤지호(가명·11) 군이었다.

뽀얀 피부에 몸집도 작지만 그는 대전팀의 최전방 공격수이자 주장이다. 지난달 열린 전국 장애인학생체전에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형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뛰면서 4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지호는 4년 전 ‘지적장애에 따른 과잉행동장애’를 진단받은 장애아다.

이날 지호는 자신보다 훨씬 큰 형들과의 몸싸움에서 지지 않고 운동장을 누볐다. 날렵하게 태클을 시도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지호는 비록 한 골도 못 넣었고, 팀도 4개 팀 중 4위에 머물렀지만 경기가 끝난 뒤 관중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호는 2006년부터 두 살 어린 남동생과 대전의 한 복지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복지관의 유세환 복지사는 “처음에는 학교에 간 지호가 친구의 볼펜을 빌려가 돌려주지 않거나 친구의 얼굴을 할퀴었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한 달에도 몇 번씩 받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호는 이날 경기에서 넘어진 같은 팀 선수를 일으켜주는 대견한 모습도 여러 번 보였다. 그런 지호를 보며 유 복지사는 “이제는 오히려 친구들을 배려하고 팀을 리드할 줄 안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지호는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가 돼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같은 유명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여러 명 배출한 대전의 원명학교는 지호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입학을 제안한 상태다.

트라이서클배 유소년 축구대회에는 지호 같은 장애인 외에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아이들도 참가했다. 친구의 놀림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 양쪽 눈썹을 다 뽑았던 아이, 인도네시아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이방인 취급을 받던 아이도 이날 하루만큼은 신나게 운동장을 뛰었다.

대회를 후원한 한화케미칼은 2007년부터 자사의 사업장이 있는 서울, 대전, 여수, 울산 등 4곳의 지역 복지관과 결연하고 유소년 축구교실을 열고 있다. 이날 경기에는 4개 지역 팀 80명의 초중학생 외에 지도교사 20여 명도 함께했다. 복지관 교사들은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는 바람에 소심했던 아이들이 한화케미칼 유소년 축구 덕분에 안정을 찾고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축구를 통한 아이들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한화케미칼이 축구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기로 한 것은 박정현 한화케미칼 대외협력팀 매니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컸다. 2007년부터 서울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 매니저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이 공부 스트레스를 축구로 푸는 것을 보고 사회공헌활동으로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을 생각했다”며 “주말에 쉬지 못해도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원 한화케미칼 업무지원실장은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유소년 축구 후원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한화케미칼#한화리조트#윤지호#유소년 축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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