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로 존경받으려면 계율 치열하게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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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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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불교도우의회 방한 ‘달라이라마 최측근’ 삼동 린포체

삼동 린포체는 “종교인들은 엄격한 수행의 삶을 통해 타인들에게 지혜로운 삶이 갖는 마음의 평화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WFB 한국본부 제공
삼동 린포체는 “종교인들은 엄격한 수행의 삶을 통해 타인들에게 지혜로운 삶이 갖는 마음의 평화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WFB 한국본부 제공
“지구상에서 달라이라마가 갈 수 없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아니, 하나 더 있다. (웃음)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지난해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생일에 맞춰 달라이라마가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투자 문제로 중국의 눈치를 본 그쪽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전 총리이자 달라이라마(77)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삼동 린포체(73)가 한국에 왔다. 여수엑스포 기간에 전남 여수시에서 열리는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 대회에 달라이라마를 대신해 참석한 그는 12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오전 티베트 대표단이 총회 참석을 거부당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중국 대표단이 티베트 대표단의 참석을 이유로 대회 보이콧을 주장한 가운데 태국인 사무총장 팔 롭 씨가 페마 친졸 종교문화성 장관 등 티베트 측의 퇴장을 요청했다. 삼동 린포체는 개인 자격으로 초청받아 아예 총회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그는 ‘부적절’ ‘부도덕’이라는 표현을 쓰며 거듭 원칙을 강조했다. “다람살라는 WFB 회원으로 권리가 있음에도 부당하게 참석을 거부당했다. 세계 불교도의 화합을 위한 WFB가 정치와 (중국의) 힘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

그의 본명은 로브상 텐진. 환생을 믿는 티베트불교에서 네 번째 환생한 고승(5대 삼동 린포체)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2001년부터 10년간 망명정부 총리를 지냈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로브상 상계(44)가 지난해 3월 그의 후임 총리로 선출됐다.

화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옮겨지자 그는 말을 아끼면서도 나직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답변했다. “10년간 티베트 정부를 이끈 기본적 원칙은 진실과 비폭력, 민주주의 세 가지다. 이 원칙은 달라이라마와 티베트인 공통의 것이다.”

그는 ‘젊은’ 로브상 상계에 대해 달라이라마와 많은 의견을 나눴다고 털어놓았다.

“젊음과 변화는 좋은 것이다. 그는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젊음과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다. 잘 교육받았고 민주주의에 익숙하다. 일부에서는 젊은 그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강경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 지난 1년여 동안 그랬듯이 어려운 문제에서 ‘지혜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다.”

삼동 린포체는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일부 스님의 도박사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BBC를 통해 뉴스를 봤다. 티베트불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승복 입고 승려로 살아가면서 사회적 존경을 받으려면 계율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는 티베트불교를 통해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선불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은 다르지 않다. 티베트불교는 무엇보다 지혜를 얻기 위한 명상과 수련을 중시하고 있다. 동국대에서 강연도 하면서 한국 불자들에게 티베트불교를 널리 알리고 싶다.”

이번 대회는 이날 오후 4시 반 5000여 명이 모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17명의 중국 대표단은 티베트 대표단의 방한을 이유로 개막 행사에 불참한데 이어 13일 출국할 예정이다.

여수=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삼동 린포체#티베트#승려#달라이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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