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1등상과 청중상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씨(26)가 최근 오디션을 통해 프랑스 루아르 국립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선발됐다. 이 악단은 1971년 낭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앙제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합쳐져 탄생했으며 당디의 관현악곡집으로 ‘디스크 그랑프리’상을 받는 등 서부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문악단으로 꼽힌다. 음악감독 존 액설로드 아래 110여 명의 단원이 있다.
9월 11일 악단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30일 출국하는 박 씨는 26일 전화 통화에서 “기성 오케스트라 정단원이 된 것도 처음인데 악장을 맡게 돼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악장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맡으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현 파트의 합주력을 책임진다. 큰 악단의 경우 2, 3명의 악장을 둔다.
“이번 콘서트는 레퍼토리가 3곡인데 악장 3명이 각각 한 곡씩을 맡아서 이끌어 나갑니다. 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다른 두 분은 드뷔시의 ‘바다’,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에서 악장을 맡죠. 다른 단원들과 마음을 맞춰 좋은 연주를 하고 싶어요.”
7월 초 스승인 파리고등국립음악원 로랑 도가레일 교수가 그에게 악장 오디션 참가를 권한 것이 계기가 됐다. 파리 오케스트라의 악장이기도 한 도가레일 교수는 “오케스트라와 개인 연주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연주자로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솔리스트나 실내악단으로 활동하면서 오케스트라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파리고등국립음악원 졸업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을 맡았어요.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경험을 쌓자는 취지였는데 함께 음악을 빚어내는 만족감을 느꼈던 것도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큰 동기가 됐습니다.”
박 씨는 예원학교 3학년 때인 2000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고등국립음악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원을 거쳤다. 티보 바르가 콩쿠르 입상 후엔 2005년 롱티보 콩쿠르, 2009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요리책의 한 페이지를 옮겨놓은 듯한 사진이 많다. 사과 치즈 케이크, 찰떡 케이크, 말린 살구를 넣고 돌돌 만 돼지고기, 오리 가슴살 사과파이…. 그가 만든 요리를 찍은 것들이다. 그는 고된 연습으로 지쳤을 때 요리를 한다고 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순간이 스스로를 응원하는 시간이다. 어떤 레시피라도 자기 스타일에 맞춰 요리하듯, 자신의 느낌을 충분히 끌어내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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