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노 로메오 살모니 “수형번호 A15810… 난 결국 히틀러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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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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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대학살서 생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모델살모니씨 91세로 세상 떠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토리에 영감을 준 홀로코스트 생존자 루비노 로미오 살모니 씨(사진)가 1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이탈리아계 유대인인 살모니 씨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0년대 초 형제들과 함께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았다. 두 형제는 그가 24세 때 수용소에서 숨졌다. 수형번호 A15810으로 불리며 맨발로 눈밭에서 쉴 새 없이 일하던 그때,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던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억을 그는 “한마디로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나는 금혼식도 올렸고, 12명의 훌륭한 손자 손녀들도 있으며 아직도 정정하다”며 “내 인생이야말로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 계획을 완전히 망치게 했다고 말할 자격이 있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 전했다. 그는 번뜩이는 역설과 유머를 섞어 ‘결국 나는 히틀러를 이겼다’라는 회고록을 출간했다.

가장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의 삶은 1998년 이탈리아 영화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제작, 감독, 주인공까지 맡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탄생에 결정적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국제 영화제에서 총 40개의 상을 수상했다. 유대인 귀도가 함께 수용소로 끌려간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웃음을 잃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모습, 특히 어린 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게임으로 가장했던 그가 사살당하러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익살맞게 걸으며 사라지는 장면은 전 세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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