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 “숲이 살아야 우리도 살수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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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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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지로만 책 출간 ‘우직한 6년’
“사서 고생? 착한 독자가 든든한 힘”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42·사진)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다. 그가 펴내는 책은 항상 재생 종이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무심히 넘겨보는 이들은 ‘왜 이렇게 종이 색깔이 어두워?’ ‘책장 넘김이 별로 좋지 않네’라고 투덜댈 수 있겠지만, 그건 단순히 책에서 글자만 읽는 데 그친 까닭이다. 책갈피마다 숲을 지키려는 작은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까지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대표는 2006년 동물 전문 출판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재생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나무가 보존돼야 동물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나니 도리어 막막함만 남았다. ‘종이 품질이 나빠서 독자들한테 욕먹는다’ ‘3개월만 지나면 헌책 된다’ ‘종이가루가 많이 나와서 인쇄소에서 꺼린다’….

“쏟아지는 부정적인 대답에 무릎이 꺾였지만 말만 듣고 포기할 수 없어 발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제지회사 몇 군데를 찾아가 보니 단행본 속지로는 쓸 수 없는 재생지만 생산했고 수입 재생지는 턱없이 비쌌죠. 흔히 재생지로 알고 있는 종이는 재생지가 아니었고, 단행본에 가장 적합한 재생지는 폐지 사용률이 20%에 불과했습니다.”

단행본을 만들 만한 재생지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종이도 수급에 변수가 많았다. 폐지 사용률 100% 재생지를 어렵게 찾았지만, 제지회사 측에서 “단행본에 쓰면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로 영업부 쪽에서 판매를 만류한다”는 연락이 왔다. 김 대표가 “모든 문제를 감수하겠다”고 겨우 설득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채식하는 사자 리틀타이크’다. 그 다음 책 ‘나비가 없는 세상’은 컬러 인쇄가 가능한 폐지 사용률 100% 재생지로 만들었지만 3쇄 때 종이 생산이 중단돼 만화책용 중질지로 바꿔 찍기도 했다.

재생지를 쓰면 종이의 색이 약간 어둡고 책장이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인쇄소, 제본소에서도 싫은 소리를 듣기 일쑤. 하지만 그는 ‘녹색 출판’을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총 10종 4만5000부 이상을 재생지로 만들었다. 내지 수급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난달 펴낸 ‘개·고양이 사료의 진실’은 처음으로 표지까지 재생지를 고집했다.

김 대표는 “나무를 베지 않고 책을 만들려면 아직도 고군분투할 때가 많다”면서 “‘착한 책’을 만드는 뜻에 선뜻 동의해주는 독자들이 있기에 재생지로 책을 만드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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