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진로 개척 프로그램 ‘무지개 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대표 복싱 선수를 꿈꾸고 있는 김은하 씨(오른쪽)가 스트레이트 펀치 연습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에 온 뒤 가정형편 때문에 복싱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이젠 국가대표 선발을 꿈꾸고 있어요.”
새터민 김은하 씨(24·여)는 요즘 체육관에서 매일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복싱 연습을 한다.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려 힘들지만 행복하다. 지난해 1월 한국에 온 김 씨는 형편상 복싱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는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와 어린 동생 둘 때문에 무조건 돈을 벌어야 했다”며 “북한에서 2003년부터 선수까지 했던 복싱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김 씨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의 ‘무지개 콜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6월 경남 사천시 아마추어복싱연맹과 연결됐고 매달 훈련비와 장비 지원도 받게 됐다. 김 씨는 다시 복싱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 전국여자아마추어복싱대회에서 우승했다. 그해 8월과 올 7월에도 같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김 씨는 “내년에는 실업팀이 생겨서 꼭 국가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지개 콜 프로젝트’는 여성가족부 소속 재단법인 무지개청소년센터가 2009년부터 운영하는 북한이탈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진로 개척 프로그램이다. 공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이탈청소년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검정고시 준비 등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 멘터들과 연결해 진로 상담도 해준다. 2년간 SK텔레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탁한 1억 원으로 60명이 6개월에 최대 150만 원씩을 지원받았다.
참가자 중 80%가 프로젝트를 통해 학업의 꿈을 이뤘다. 이지영(가명·20·여) 씨는 내년 서강대 신입생이 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 씨는 1년 동안 입시학원에 다닐 수 있는 비용을 지원받았다. 그는 “검정고시만으로는 부족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었지만 (학원)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다닐 수 없었다”면서 “프로젝트 덕분에 국어 수학 영어 등 기초 지식을 쌓았다”고 말했다. 국문과에 합격한 그는 “북한 언어학도 공부해 한국어와 비교연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혼자 한국에 온 박수미(가명·19·여) 씨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한국어의 뜻도 얼른 와 닿지 않는 그에게 영어는 두 외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박 씨는 “지원이 없었다면 영어학원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영어 문법, 듣기, 독해 학원을 다니며 매일 벽에 단어를 30개씩 써 붙여 외웠다”고 말했다. 무지개청소년센터는 내년 2월 ‘무지개 콜 프로젝트’ 3기 30여 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