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학생들이 축구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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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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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클럽 9월에 창단, 팀원 12명… 운영비는 회비로
내일 대학클럽대회 출전, 축구 저변 확대 도움됐으면

순수 아마추어팀인 서울대 여자축구클럽(SNUW FC) 선수들이 10일 훈련을 마친 뒤 “여자 축구를 사랑해 달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방우리(체육교육과 2학년) 박예주(경제학과 4학년) 유지은(체육교육과 1학년) 조은비(의류식품영양학과군 1학년) 이명아(생명과학부 4학년) 윤솜이(체육교육과 1학년) 마가람(정치학과 3학년) 이지현 씨(체육교육과 3학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순수 아마추어팀인 서울대 여자축구클럽(SNUW FC) 선수들이 10일 훈련을 마친 뒤 “여자 축구를 사랑해 달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방우리(체육교육과 2학년) 박예주(경제학과 4학년) 유지은(체육교육과 1학년) 조은비(의류식품영양학과군 1학년) 이명아(생명과학부 4학년) 윤솜이(체육교육과 1학년) 마가람(정치학과 3학년) 이지현 씨(체육교육과 3학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해가 져 어두컴컴한 10일 오후 6시 서울대 대운동장. 빨간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 운동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모였다. 라이트로 불을 밝힌 운동장에서 축구화로 갈아 신고 몸을 푼 뒤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뛰었다. 이어 1 대 1, 2 대 1 패스, 슈팅 연습을 했고 4 대 4 미니 게임도 했다. 하지만 어딘가 어설퍼보였다. 헛발질도 자주 나왔고 몸싸움하다 얼굴을 맞아 눈물을 쏟기도 하는 초짜들이었다. 그래도 훈련 내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9월 9일 창단한 서울대 여자축구클럽(SNUW FC)의 훈련 모습이다. 이들은 13일과 14일 경기 가평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주최 쏘나타 여자 대학클럽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8일부터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팀원 12명 중 부상자와 대학원 수업에 들어간 학생을 빼고 이날은 8명이 훈련했다. 평소 주 1회 하는데 이번엔 대회 출전을 앞두고 매일 1시간 30분씩 하고 있다.

위덕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안나영 씨(체육교육과 석사과정)와 초등학교 때 잠깐 축구를 했던 이지현 씨(체육교육과 3학년)가 주축이 돼 SNUW FC를 만들었다. 교내 인터넷을 통해 모집했는데 한국이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위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체육교육과 출신이 많지만 박예주(경제학과 4학년), 조은비(의류식품영양학과군 1학년), 이명아(생명과학부 4학년), 마가람 씨(정치학과 3학년) 등 타과에서도 4명이 가입했다. 모든 운영비는 회비로 충당한다.

박 씨는 “평소 공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데 여자들이 함께 축구할 기회가 없었다. 그 기회가 와 잡았다”고 말했다. 이명아 씨는 “평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을 좋아했는데 여자팀이 생긴다고 해 달려왔다”고 했고 조 씨는 “보는 걸 넘어 직접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해보니 어땠을까. 이명아 씨는 “보는 것과 달랐다. 몸이 잘 안 움직인다”고 했고 박 씨는 “TV에서 보던 것을 직접 해보니 재미있다. 조금씩 실력도 늘어 성취감도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평소 경기를 볼 때 공격만 신경 썼는데 이젠 수비 전술도 보인다”며 웃었다. 드리블과 패스 등 모든 게 서툴지만 이들은 “함께 공을 차며 땀을 흘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 알겠다. 전술 얘기를 하며 밤을 보내는 합숙도 너무 재밌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 이지현 씨는 “서울대 여학생들도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여자 축구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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