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59년 만에 전역 命받았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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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육군 유격대 ‘백골병단’ 老兵26명 늦깎이 전역신고
1951년 창설 혁혁한 전공… 정식 군번-계급 새로 받아

“충성! 소령 전인식 등 26명은 2010년 6월 25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육군의 첫 유격대로 창설돼 6·25전쟁 당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백골병단의 생존 용사 26명이 25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59년 만에 늦깎이 전역식을 가졌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 급박했던 전쟁 상황과 부대 사정 등으로 1951년 정식으로 전역신고도 하지 못한 채 제대해야 했다. 육군은 6·25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이날 전역행사를 마련했다.

노병 26명은 이날 오랜만에 군복을 입고 전투화의 끈을 맨 뒤 당당한 모습으로 후배 장병들 앞에 섰다. 사열차량을 타고 열병식도 가졌다. 백골병단 용사들은 현재 50명이 생존해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뺀 26명이 이날 전역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백골병단전우회와 가족, 계룡대에 근무하는 육군 장병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은 “뒤늦은 전역증을 백골병단 전우들에게 드리게 되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늦었지만 조국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자랑스러운 선배들께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백골병단전우회 전인식 회장(82)은 “2주일 분량의 미숫가루로 버티며 60여 일간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전역식을 하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다”고 말했다.

백골병단은 1951년 1·4후퇴 당시 ‘적 후방에 침투해 정보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할 게릴라부대가 필요하다’는 육군본부의 판단에 따라 647명으로 창설됐다. 육군 보충대에서 정보학교 인원으로 차출된 뒤 3주간 유격특수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같은 해 6월까지 북한 강원도 지역에서 활동했고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364명이 숨졌다.

이들은 창설 두 달 만에 300여 명의 적군을 생포했으며 북한군 69여단의 전투상보 등 기밀문서 노획, 적 초소 파괴, 통신선 차단 등 적진후방 교란작전을 펼쳤다. 강원 인제군 필례마을에서는 인민군 대남유격대 총사령관이자 인민군 중앙당 5지대장인 길원팔 중장과 참모장 강칠성 대좌 등 고급 간부 13명을 생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유격대의 임무와 성격 등을 고려해 정식 군번과 계급을 받지 못하고 유격대(guerilla)를 뜻하는 ‘G+4, 5자리 숫자’의 임시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았다. 이들은 2004년에야 유격대 복무기간과 계급 등 신분을 법적으로 인정받았고 2006년에는 ‘51-○○○○’ 군번을 새로 받았다. 육군은 “백골병단 장병들은 5개월 정도 북한군 점령지역에서 활동한 뒤 서류상 전역했지만 대부분 다시 입영소집을 받아 현역으로 복무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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