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이 영혼 어루만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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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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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막 국제학술대회 참가
할콜라 핀란드 사진치료학회장

국제 사진치료학계를 이끌고 있는 울라 할콜라 핀란드사진치료학회장은 “사진치료는 사실성 기록성 전달성이 뛰어난 사진과 대화하면서 기억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대  기자
국제 사진치료학계를 이끌고 있는 울라 할콜라 핀란드사진치료학회장은 “사진치료는 사실성 기록성 전달성이 뛰어난 사진과 대화하면서 기억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대 기자
‘사진 한 장이 영혼의 아픔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사진치료(Photo Therapy). 이후 지지부진했던 사진치료가 지난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사진치료 학술대회를 계기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학술대회를 통해 의사와 상담심리사 등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함에 따라 교류와 워크숍이 활발해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3∼5일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주최로 고려대에서 사진치료 워크숍과 국제 학술대회가 처음 열린다.

○ 자신을 상징하는 사진

“자신이 가장 끌리는, 마치 자신을 부르고 있는 듯한 사진을 골라보세요.”

이번 국제사진치료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울라 할콜라 핀란드사진치료학회장은 1일 수십 장의 사진을 탁자 위에 깔아 놓더니 기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기를 반복했다.

사진치료는 심리치료에 그림이나 음악 무용을 이용하는 것처럼 사진을 활용하는 예술치료의 한 분야다. 놀이하듯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상담자의 내면을 파악한다. 이미지로서의 사진을 조직적으로 응용해 상담자의 생각과 감정, 무의식을 읽어내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할콜라 회장이 선보인 방식은 사진치료 방법 중 하나인 투사적 기법. 사람은 사진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 세계관, 정체성을 반영한다는 원리다.

또한 스스로 찍은 자기 사진, 타인이 찍은 자기 사진, 가족사진 등을 활용한 방식도 있다. 할콜라 회장은 “마음 내키는 대로 자신을 찍어보라고 하면 평생 남에게 보여준 적이 없는 다리의 흉터를 찍어 심리적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족사진첩에 담긴 사진을 선택하는 딸을 보면 어머니와 경쟁관계에 있는 딸의 심리를 읽을 수도 있다.

○ 왜 사진인가

심리치료에는 그림이나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문화장르를 활용한다. 그림과 달리 사진은 특정인의 역사를 담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욕구와 억압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할콜라 회장은 “사진을 통해 아이 때와 청소년기의 정서, 할아버지와의 관계 등 상담자와 관련된 많을 것을 파악할 수 있다”며 “상담자와 연관된 수많은 살아있는 연결 가지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사진은 ‘기억의 나무’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통해 상담자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논리는 프로이트나 융의 방법론에 기초한다. 상담자가 창조해내는 이미지는 그들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때로는 언어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사진이나 영화를 활용한 심리치료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이제 시작단계”라며 “사진과 동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찍고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됨에 따라 이미지를 통한 인간의 심리탐구 방법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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