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기백으로 ‘兵’ 건너뛴 첫 미군준위됐죠”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1분


美8군 헬기비행교관 김인열 준위

“주한미군의 항공장교로 모국 영공을 지킨다는 게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낍니다.”

미8군사령부의 표준화평가비행교관으로 미군 헬기조종사의 기량평가 임무를 맡고 있는 김인열 준위(52·사진)는 24일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1979년 육군 3사관학교 16기로 임관한 그는 항공조종사로 근무하다 1986년 미군장교로 세계를 누비고 싶다는 꿈을 안고 대위로 전역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말 미 육군준위로 임관했다. 미군은 준위로 임관하려면 일정기간 사병으로 복무해야 하지만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임관한 사례는 김 준위가 처음이다.

1984년 한국군 최초로 한미연합사령관 전용헬기 조종사가 된 그는 1985년 윌리엄 립시 사령관 등 한미 장성 4명을 태우고 비행할 때 엔진 이상이 발생했지만 침착하게 비상착륙해 립시 사령관의 신임을 얻었다. 이후 립시 사령관은 김 준위가 꿈을 이루도록 미 육군부에 추천서를 보내는 등 적극 후원했다. 김 준위는 “미군에 입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군 장교 경력, 1500시간 비행기록과 함께 립시 사령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미군장교가 된 뒤 김 준위는 1년 과정인 비행학교를 6개월 만에 끝내고 한국계 최초로 미군 비행학교 교관이 돼 1994년부터 3년간 각국 항공장교들에게 비행조종술을 가르쳤다. 또 한국계 최초로 미군 회전익 및 고정익 조종자격 취득, 미 정찰기조종사, 미 항공장교 등의 기록도 세웠다. 그는 1989년 미2사단 52비행대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번째 주한미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21일 모교인 3사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12세 때 부모를 여의고 야학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하며 꿈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모두 소중한 조국이자 일터”라며 “2012년 전역 후에도 한미 항공장교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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