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하늘 지키는 게 꿈만 같아요”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한국군 장교로 전역한 뒤 미군에 입대해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는 김창중 준위. 사진 제공 한미연합사령부
한국군 장교로 전역한 뒤 미군에 입대해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는 김창중 준위. 사진 제공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조종사 김창중 준위

육군 항공장교 전역 뒤 美서 35세때 재입대

“지금은 주한미군이지만 고향과 모국의 하늘을 지킨다는 각오는 한국군으로 근무할 때와 똑같습니다.”

미2사단 예하 항공대대의 아파치공격헬기(AH-64D) 조종사로 경기 평택기지에서 근무 중인 김창중(미국명 매튜 김·39) 준위의 감회는 남다르다.

평택은 김 준위가 태어나 자란 곳. 지난해 9월 11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데 이어 고향 하늘을 비행한다는 게 꿈만 같다고 그는 말했다.

김 준위는 1991년 한국에서 육군 소위(3사 28기)로 임관한 뒤 이듬해부터 항공장교의 길을 걸었다. 코브라공격헬기와 UH-1H수송헬기 등을 조종해 35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쌓았다.

이후 민간조종사가 되기 위해 1997년 대위로 전역한 뒤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밤을 새워가며 직장과 학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아들의 심장질환 치료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자 그는 2005년 1월 영주권을 받자마자 미군 병사로 입대했다.

한국군 장교 출신이 35세의 나이에 미군 병사로 새 출발을 한 것.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잠시 둘러가는 과정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병사 생활 1년 뒤인 2005년 12월 시민권을 취득한 뒤 그는 ‘항공준사관’ 시험에 합격해 상병에서 준위로 수직 상승했다. 미 육군 항공장교의 임관 연령은 29세로 제한돼 있지만 미군 당국은 한국군 항공장교 출신으로 실력과 열정을 갖춘 그를 받아들였다.

이후 김 준위는 2년간 아파치헬기 조종사 과정을 통과하고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 파일럿이 됐다.

그는 “조종후보생의 20%가 탈락할 만큼 어려운 과정이었다”며 “여러 권의 교범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 시험이 가장 힘들었지만 한국군에 근무할 때 몸에 밴 인내와 끈기로 견뎌냈다”고 말했다.

미군에서 한국인 아파치헬기 조종사는 김 준위가 네 번째. 지난해 주한미군으로 고국에 돌아온 김 준위는 9∼20일 실시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와 4월에 열리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참가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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