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받길 원하는가? 실력있다면 배짱키워라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美-中 투자회사서 153억원 유치 ‘누리엔’ 공동창업자 구준회-김태훈 씨

“국내의 뛰어난 정보기술(IT) 인재들이 해외 벤처캐피털(VC)의 투자와 만나게 된다면, 한국은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더 뛰어난 하이테크 벤처의 ‘파라다이스’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최근 미국의 3대 VC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NEA’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세계적인 VC들로부터 1500만 달러(약 153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누리엔 소프트웨어의 공동창업자 구준회(39) 대표와 김태훈(30) 이사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차세대 3차원(3D) 그래픽 기술력을 이용해 가상현실 속 사람(아바타)과 공간의 모습을 실제와 거의 구분되지 않을 만큼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이를 활용한 온라인 3D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누리엔’을 개발했다.

100명이 넘는 누리엔 개발자는 대부분 엔씨소프트, NHN, 다음 등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에서 뽑아 온 우수 인재들이다.

실리콘밸리의 VC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게임과 가상현실의 개발 역사상 가장 기대되는 기술”이란 극찬을 들은 이 서비스는 올 연말 한국과 중국, 미국 시장에 연속으로 선보이게 된다.

미국 코넬대에서 각각 건축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구 대표와 김 이사는 2004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함께 누리엔 소프트웨어를 창업했다.

“둘 다 벤처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창업을 결심하고 교수님을 찾아갔더니 ‘스스로를 작게 평가하고 작은 시장에 도전하면 안 된다. 회사의 가치를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높게 잡고, 무조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라’고 조언하시더군요.”(구 대표)

이후 미국에서 이름난 톱 VC들을 모두 찾아다녔다는 이들은 “이 과정에서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의 힘’, 투자를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짱’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국내 VC들은 우리 같은 초기 ‘페이퍼 벤처(개발된 상품 없이 아이디어만 있는 회사)’는 만나주지도 않아요. 좋은 기술을 알아보는 눈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벤처 역사를 가진 미국의 경우는 달라요. 기술과 사람의 가능성을 볼 줄 알고, 자금 외에도 글로벌 인맥과 노하우까지 제공하는 일종의 ‘벤처 코치’ 역할도 하죠.”(김 이사)

구 대표는 “한국의 시장 규모가 매우 제한돼 있는 만큼, 국내 벤처들은 반드시 해외 VC와 만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언어적 장벽과 폐쇄적 경영 문화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개발인력들을 갖게 됐죠.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과 문화적,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도 장점입니다.”(김 이사)

구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구글을 뛰어넘는 세계적 벤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누리엔이 그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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