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8대 국회 규제개혁 입법 - 자원외교 기대
기업 있어 잘산다고 국민이 느끼게 해야
정부 구체적 변화 확인돼야 해외서 투자
■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인터뷰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공개행사 외에는 ‘언론 노출’을 극히 꺼렸다. 언론사와의 개별 인터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 일각의 반(反)기업적 분위기로 말을 조심해야 했고,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나서는 듯한 인상’을 주기 싫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조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가 시작되자 특유의 ‘솔직 화법’으로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를 거침없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회장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본보는 또 4·9총선 다음 날인 10일 이에 대한 견해를 추가로 질의해 조 회장의 답변을 전달받았다.》
인터뷰=김상철 산업부 차장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 정부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봅니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일자리 창출인데 투자가 안 되면 할 수 없어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는 곧 ‘워커스 프렌들리’(노동자 친화적) 정부라는 게 대통령 뜻인 것 같습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한 달 남짓이지만 좋은 점수를 줘야 앞으로 쓴소리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웃음)
―주요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약속했는데….
“회장단 회의 때 얘기해 보면 상당히 활성화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고 투자는 바로 이런 때 해야 한다는 걸 기업인은 직감적으로 압니다.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효율화, 합리화만 추구하다 보니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 투자를 하면 고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난해 투자 부진에 대해 “돈은 엄청난 겁쟁이”라며 반(反)기업 정서를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부유세를 만든다’는 등의 말이 나오면 자본을 가진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고 투자도 안 합니다. 지금은 작년, 재작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도 경제 살리기에 동참한다고 말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입니다. 그동안 ‘파업한다’ ‘태업한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제는 돈이 나올 분위기가 충분히 됐다고 봅니다.”
―바람직한 노사관계에 대한 생각은….
“글로벌 경쟁이 ‘기업 대 기업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라 대 나라의 경쟁’으로 봐야 합니다.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샌드위치 위기론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나라 안에 있는 사람은 단합해야 합니다. 노사관계도 운명공동체로, 회사가 성장하고 잘돼야 노조원에게도 이득이 있습니다. 회사는 안 되는데 노조만 잘될 수는 없습니다.”
―우선 풀어야 할 규제는 무엇입니까.
“긴요한 몇 개만 바꾸더라도 ‘숨쉬기’가 좋아집니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없애고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까지 완화하겠다고 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찾아내 없애는 노력을 함께 해야겠지요.”
―4·9총선이 끝났는데요.
“18대 국회는 규제 개혁 및 경제 살리기 관련 입법을 장단기로 나눠 조속히 추진하고 자원외교에도 적극 나서길 기대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미국 의회를 설득하고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데도 적극 나서 주길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국회가 정치 등 스스로의 문제 때문에 민생과 경제를 등한시했는데 앞으로는 경제 살리는 데 앞장서는 국회, 민생을 살리는 국회가 되기를 당부합니다. 정부와 국회, 기업의 3박자가 맞으면 한국 경제는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습니다.”
―관료주의에 막혀 규제 개혁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 ‘취직할 곳이 없으니 정부에 오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경련 회장단 회의 때 ‘큰일 났다. 관료 수가 줄어야 규제가 줄어드는데 여러분이 빨리 좋은 일자리를 늘려 스카우트를 해야 규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웃음)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은 일본과 중국, 미국도 같이 겪는 현상입니다. 조건이 같고 공정한 경쟁만 보장되면 기업인에게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차별화된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승부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습니다.”
―전경련 회장 취임 후 1년을 평가하시면….
“과거 정부는 기업에 대해 친화적이지 않았고 경제 성장도 많이 못했습니다. 또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란 속에 노사관계에서 힘이 노조에 실렸습니다. 그동안 이런 걸 되돌리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전경련이 4대 그룹을 넘어 모든 회원사가 단합하게 된 것도 잘된 일입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국민으로부터 100%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통해 법적 책임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국민이 인정하고 신뢰하지 않겠습니까. ‘기업이 있어서 우리가 잘산다’고 국민이 느끼도록 재계가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역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최대 과제입니다. 또 지방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으로 기업의 지방 분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입니다.”
―사회 각계각층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사 화합과 정치 안정이 중요합니다. 정치권은 한미 FTA 비준을 빨리 마무리해 대외적으로 자신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권도 경제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조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하고 지인(知人)도 많아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새 정부 출범을 어떻게 보는지를 물어봤다.
“굉장히 환영하며 기대감도 높습니다. 다만 외국인들은 한국의 구체적 변화를 보기 전까지는 투자 확대 등 행동의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정리=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1935년 경남 함안 출생(73세)
△경기고, 일본 와세다대 졸업. 미국 일리노이공대 화학공학 석사, 와세다대 명예 공학박사
△1970년 동양나이론 사장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사장
△1975년 효성중공업 사장
△1976년 효성물산 사장
△198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1993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1998년∼현재 효성그룹 회장
△2000년∼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
△2005년∼현재 한일경제협회 회장
△2007년∼현재 제31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