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류사오치 前주석 부인 왕광메이 폐렴으로 사망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5분


중국 문화혁명 당시 박해당하다 죽음에 이른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부인 왕광메이(王光美·85·사진)가 폐렴으로 13일 숨졌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명망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름다운 외모에 학식까지 겸비했지만 삶은 남편만큼 파란만장했다.

청소년 시절 ‘수학 천재’로 불렸던 그는 1943년 중국 여성 가운데 최초로 원자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46년 국공협상 때 공산당 측 영어통역을 맡았던 그는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을 지낸 주더(朱德) 부부의 소개로 23세 연상의 이혼남 류사오치와 결혼했다.

그는 류사오치가 주석 직에 오르자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중국 인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해외 순방 때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를 한껏 강조한 중국 전통복장 치파오(旗袍)를 입고 다녀 서방에 치파오를 가장 인상 깊게 소개한 사람도 그였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움은 문화혁명을 이끈 4인방 가운데 장칭(江靑)의 질투를 불러일으켰다. 장칭은 그가 해외 순방 중 치파오를 자신의 충고대로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 비판했다. 결국 1967년 ‘미국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투옥된 뒤 줄기차게 이혼할 것을 강요당했지만 거부했다.

남편 류사오치는 1969년 고문과 구타를 당하다 감옥에서 알몸으로 숨졌고, 왕광메이는 7년 뒤인 1976년에야 정치범수용소에서 남편의 유해를 만날 수 있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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