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킨스 하버드大교수 국제한국학포럼 강연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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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 기자
원대연 기자
“1969년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 있던 시절 우연히 한국을 찾았던 게 1979년 이후 중국 경제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경제의 과거를 통해 중국 경제의 미래를 읽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한국학은 이처럼 한국과 중국, 일본의 비교연구라는 한층 확장된 맥락 속에서 더 생생한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6, 7일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제2차 국제한국학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드와이트 퍼킨스(72·사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학이 이제 한국이라는 좁은 영역을 박차고 나와 동북아시아지역학 연구의 지렛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퍼킨스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동북아 이해에 있어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넬대에서 극동아시아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1963년부터 하버드대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은 중국 경제이지만 1969년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 경제에 대한 공동 연구를 통해 동북아 경제 경쟁력의 비결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한국 경제의 성공 이전에는 일본 경제의 성과를 설명하는 모델로 일본이 유럽과 비슷한 봉건제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근대화 이전부터 산아 제한으로 인구 성장을 억제했기 때문이라는 ‘일본 특수설’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통해 정부 주도의 수출 장려와 수입 억제, 전략적 산업 육성 등의 특성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했을 때 중국이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가 제게는 뚜렷하게 보였어요.”

이 같은 비교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 전문가로 인정받은 퍼킨스 교수는 하버드대 국제발전연구소 소장, 아시아센터 소장을 맡는 등 동아시아지역학의 권위자로도 존경받고 있다.

그는 경제성장이 민주화로 연결된 한국적 경험이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경제성장의 1단계는 유사하지만 한국과 달리 야당 자체가 아예 없는 중국에서 경제성장이 곧 민주화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지만 한국 경제는 이미 질적으로 중국 경제와 달라졌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미래의 한중 경제 관계는 유럽과 미국의 관계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쌍무적 협정보다 다자간 협정이 더 바람직하다”면서도 “FTA로 이득이나 손해를 보는 쪽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만 희생을 본다는 주장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간과한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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