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이어온 ‘밥퍼’ 주인공은 봉사자들”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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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밥퍼 300만 그릇 돌파 기념잔치에서 각계 인사들이 특별 제작한 큰 솥에 1500명이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비비고 있다. 강병기  기자
2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밥퍼 300만 그릇 돌파 기념잔치에서 각계 인사들이 특별 제작한 큰 솥에 1500명이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비비고 있다. 강병기 기자
‘일도야, 너는 언제까지 나를 이 차가운 땅바닥에 눕혀 놓을 셈이냐? 언제까지….’

1988년 강원 춘천시를 다녀오던 최일도 목사는 서울 청량리역 앞에서 굶주려 쓰러진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라면을 끓여주다가 이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그때 최 목사는 독일 유학의 꿈을 접고 무료 급식 사역을 시작했다. 그 후 무료 급식은 라면에서 밥으로 바뀌었고 각계의 호응이 잇따랐다. 특히 최 목사가 1995년 펴낸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동아일보사)이란 책은 ‘밥퍼’ 운동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18년 만인 지난달 27일 나눔의 밥이 300만 그릇을 돌파했다.

최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다일공동체는 이를 기념해 2일 오전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잔치를 열었다. 2일은 다일공동체가 지난해부터 밥퍼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갖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날. 오병이어는 예수님이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성경 속의 기적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잔치에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탤런트 박상원 씨, 박효석 한독화장품 회장 등 각계 인사들과 자원봉사자, 무의탁노인, 노숙인 등 1500명이 참여해 기쁨을 함께했다. 노숙인 대표로 연단에 오른 김연표 씨는 “죽을 고비를 많이 겪었지만 최 목사를 만나 지금까지 살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고, 무의탁노인 대표로 나온 정영대 씨는 “보잘 것 없는 이런 불미한 사람을 거두어 주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최 목사는 그동안 노숙인이나 무의탁노인들에게 밥퍼 봉사활동을 해 온 역대 주방장 현순옥 이경자 이정옥 씨와 현 주방장 노화자 씨, 자원봉사자 대표 박명희 씨를 소개했고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최 목사는 “오늘 행사의 주인공은 그동안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밥퍼 운동을 이끌어 온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했고, 역대 주방장들은 “이런 일을 해 보면 알 것이다. 정말 보람 있다. 노숙인들이 맛있게 먹고 간다고 말할 때 정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500인 분의 비빔밥을 한꺼번에 비벼 나눠먹는 일이었다. 이날 참석자 대표 10여 명은 지름 4m의 목재 솥에 쌀밥과 갖가지 나물, 밤 호두 잣 등 30여 가지를 넣어 큰 주걱으로 버무려 비빔밥을 만들었다. 이어 100명의 배식요원들이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최 목사는 “1500그릇의 밥을 한 솥에서 퍼먹는 것은 빈부귀천, 지역과 세대차를 뛰어넘는 화합과 화해의 상징”이라며 “나눔과 섬김 속에서만 화해와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다일공동체는 하루 쌀 세 가마를 모으는 ‘쌀 한 톨의 기적 365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세 가마의 쌀(약 50만 원)이면 서울 부산 목포와 캄보디아 필리핀 등 국내외 밥퍼(무료배식소)를 찾는 3000여 명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다일공동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여 문의 02-2212-8004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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