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극복한 603명 독학사 학위 받아

  • 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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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제13회 독학사 학위수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제13회 독학사 학위수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고령으로 한쪽 시력을 잃고 귀마저 어두운 70대 노인, 실직 후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40대 가장 등 역경 속에서도 향학열을 불태워 온 603명이 4일 학사모를 썼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조규향(曺圭香)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독학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학위수여식에서는 평균 93.5점의 최고 성적을 얻은 최지은(崔支銀·25·영문) 씨가 교육부총리가 주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김효연(金孝淵·26·국문) 씨 등 9명이 방송통신대 총장이 주는 우수상을 받았다.

가장 눈길을 끈 졸업생은 최고령인 이창근(李昌根·70·국문) 씨. 덕성여대 평생교육시설에서 독학사를 취득한 이 씨는 고령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데다 한쪽 눈마저 보이지 않는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날 학사학위와 함께 특별상을 받았다.

이 씨는 “공부하면서 느낀 희열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눈 수술이 잡혀 있는 날이 마침 독학사 시험일이어서 아내와 의사의 눈을 피해 도망쳐 나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무릅쓰고 시험장으로 향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부에 대한 50년 한이 풀리는 순간 어린이처럼 자랑하고 싶었고 이 상이 이 세상에서 받는 마지막 상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대기업 연구개발 부서에서 근무했던 신학선(辛學善·47·컴퓨터과학) 씨도 남다른 향학열로 역경을 극복한 사례. 외환위기 때 실직한 뒤 반복되는 실패로 무료급식소에서 줄을 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던 그는 독학으로 여러 개의 자격증도 땄다. 이제 서울대 박사과정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독학사 대표로 인사말을 한 중국동포 정금화(鄭今花·33·영문) 씨는 “깊은 밤 두 아이를 재우고 독서실로 향할 때의 기분은 마치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만큼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독학사제도는 어려운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제때 공부하지 못한 사람에게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1990년 도입돼 지금까지 8589명이 학사모를 썼다.

올해 독학학위 취득시험은 △3월 20일 교양과정 인정시험(1단계) △6월 12일 전공기초과정 인정시험(2단계) △8월 28일 전공심화과정 인정시험(3단계) △11월 13일 학위취득 종합시험(4단계)의 순으로 실시된다.

자세한 사항은 방송통신대 홈페이지(http://bdes.knou.ac.kr)나 독학정보상담실(02-3668-4411∼2)로 문의하면 된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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