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부부 기능장 "아내가 설계하면 남편이 만들죠"

  • 입력 2003년 1월 2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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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현장 실무 분야의 최고수로 통하는 ‘기능장’ 부부가 탄생했다.

최근 실시된 제32회 기능장 자격시험에서 남편 김영택(金永澤·31)씨는 용접기능장을, 부인 고은정(高銀貞·27)씨는 기계가공기능장을 각각 따냈다.

기능장은 해당 분야에서 최상급의 숙련기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는 자격증으로 현장에서 작업관리와 지도 감독 훈련 등을 담당한다. 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8년의 실무경력을 쌓거나 기능대학의 기능장 과정을 이수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응시할 수 있다.

김씨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부인 고씨가 1999년 인천기능대학 컴퓨터응용기계과를 졸업한 뒤 ㈜한전기공에 입사했을 때. 컴퓨터원용설계(CAD)와 기계설계 업무를 맡은 고씨는 같은 회사의 발전소 정비센터에서 일하던 김씨를 알게 됐다.

고씨는 이듬해 12월 ㈜한일정밀로 회사를 옮겼지만 용접기능사와 특수용접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김씨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고 권유함에 따라 기능장 자격증 취득을 결심했다.

김씨와 고씨는 만난 지 3년째인 2001년 10월 결혼했고 다음해 3월에는 기능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천기능대학 기능장 과정에 나란히 입학했다. 이후 이들은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공부에 매달렸다.

이들은 여름 휴가를 도서관에서 보내고 결혼기념일 행사도 미루는 노력 끝에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고씨는 현재 회사를 그만둔 뒤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고씨는 “기계설계는 용접지식이 반드시 필요한데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앞으로 내가 설계한 것을 남편이 만들어내는 시제품 제작센터나 제조업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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