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환자돕는 편지동호회 ‘한울타리’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8시 15분


‘낯선 사람이 보낸 따뜻한 글과 헌혈증.’

2000년 말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장기 입원 중이던 김보람양(19·경복여고 2년)은 외롭고 두렵기만 하던 병원생활 중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보내는 편지로 큰 위안을 받았다.

김양은 “당시 딸의 갑작스러운 병 때문에 경황이 없었던 어머니도 ‘따뜻한 편지’ 때문에 심적으로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며 “삶과 죽음이 엇갈리던 투병 생활을 무사히 넘기는 데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연말이 돼도 편지 대신 e메일이나 메신저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 백혈병 환자들에게 ‘정성이 담긴 희망의 편지’를 보내는 인터넷 편지동호회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네띠앙에 있는 편지동호회 ‘한울타리’의 3000여 회원들은 회원들끼리 서신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백혈병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편지쓰기’ 활동을 3년째 펼치고 있다.

회원들이 얼굴도 모르는 환자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나 형식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편지에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헌혈증이나 조그만 성금이 동봉돼 있다.

희망을 불어넣는 글 중에는 자신도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백혈병 환자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들어 있다.

“골수 이식 62일째랍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그저 이식받기 전까지 잘 먹으라는 말 밖에 못 전하겠네요. 이식 수술을 받고 나면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보낸 편지는 운영자인 박지혜씨(25·사진)가 모아 환자에게 보내고 있다. 딱한 사정의 백혈병 환자를 찾기 위해 박씨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수소문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원광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씨는 “처음 우리가 도와 준 친구는 회원들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천국으로 가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편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편지가 주는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는 회원들이라 그런지 2000년 3월 이런 운동을 제안했을 때 적극적으로 호응해 줬다”며 “편지동호회 성격이 백혈병 환자 돕기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소개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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