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달 말 정년 퇴임하는 최 교장이 학생들에게 훌륭한 선배들의 학교 생활과 어린시절의 꿈을 들려 주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
지금까지 3만30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됐으나 동창회조차 만들어지지 않아 최 교장이 지난 1년간 졸업생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책 발간의 취지를 설명하고 원고를 받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필진으로 참여한 51명의 졸업생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인사들의 어린 시절 얘기는 재미있고 때론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국립극장장 김명곤(金明坤·56회)씨는 이 책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워 공주같기만 하던 또래 여자아이’에게 수줍어 말 한번 붙이지 못하던 추억을 회상하고 꽁보리밥에 김치만 싸주는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던 것을 후회했다.
정동영(鄭東泳·56회) 국회의원은 “시골에서 전학 온 나를 ‘모택동’이라고 놀려댄 친구를 30년만에 만나 깊은 정을 나눴으나 3년 전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 마음이 무척 아팠다”며 우정의 소중함을 전했다.
6·25 전쟁 직후 학교를 다닌 SK텔레콤 조정남(趙政男·45회) 부회장은 “구구단을 외우지 못했는데도 다른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해준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게으른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밖에 임방현 전 국회의원, 이정식 국토연구원장, 박인규 삼성생명여자농구단감독, 황덕남 변호사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51명의 선배들이 한때 학생 수가 4000명이 넘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야외수영장까지 갖추었던 모교에 대한 자랑스러웠던 추억을 되새겼다. 6학년 김상현군(13)은 “훌륭한 선배들의 이야기가 어떤 위인전보다 재미있고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