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은어 백태]『「깡치사건」 걸리면 골치』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7분


어느 직업이든 관계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은어」들이 있다. 근엄하기로 이름난 판사들의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판사사회에서 가장 널리 쓰이지만 판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은어는 이른바 「깡치사건」. 이는 사건기록이 엄청나게 많거나 내용이 어렵고 쌍방 당사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골치 아픈」 사건의 총칭이다. 서울고법의 경우 92년부터 95년까지 접수된 사건 중 사안이 복잡하고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어 지금까지 재판중인 사건은 민사사건 60건과 행정사건 78건 등 모두 1백60건이나 된다. 한 판사는 『깡치사건은 2년마다 판사들이 발령나면 아무런 진전도 없이 후임자에게 넘겨지기 십상이고 판사들은 인사철이 되면 유명한 깡치사건이 있는 재판부에 발령날까봐 걱정한다』고 실토했다. 8월부터 법원과 등기소에 토요전일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생긴 신조어도 있다. 쉬는 토요일을 지칭하는 「놀토」가 그것. 반대로 근무하는 토요일은 「일토」.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전일근무제 실시로 술자리는 쉬는 토요일 전날인 금요일 저녁으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요일 저녁이면 판사들끼리 모여 여유를 즐기는 문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을 지칭하는 은어로는 변호사 서너명이 함께 일하며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빗댄 「찍세」 「먹세」 「딱세」가 유명하다. 찍세는 주로 브로커와 각종 인맥을 동원해 사건을 맡는 변호사, 먹세는 술과 유흥으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임무를 맡은 변호사, 딱세는 이들이 수임해온 사건의 기록을 만들고 증거를 수집해 실질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라는 것. 이밖에 집행유예 기간중에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해 주는 것을 말하는 「쌍지팡이」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은전」으로 통한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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