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동물실험 459만 마리… AI-미니장기 같은 대안 있어요
동아일보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유럽서는 올해 동물실험 금지 합의
韓, 신약 개발 등 연구 늘며 증가세
AI로 화학물질 독성 위험성 예측
오가노이드-장기 세포 칩도 활용
동물 실험에 자주 사용되는 영국의 개 품종 중 하나인 비글. 사진 출처 휴메인월드포애니멀즈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약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해도 되는지 먼저 동물에게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장기 이식이나 감염 연구처럼 사람에게 직접 실험하기 어려운 경우 동물실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올해 1월 20일 유럽연합(EU)은 생활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할 때 이뤄지는 동물실험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국내 동물실험, 10년 새 2배 급증
새로운 약이나 치료제 등을 만들 때는 후보 물질을 찾고 동물에게 실험하는 ‘전임상 시험’ 단계를 거칩니다.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됩니다. 2010년 EU는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3년에는 동물실험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몸에 흡수되는 약보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동물실험을 할 때는 ‘3R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1959년 영국 과학자 윌리엄 러셀과 렉스 버치가 제안한 원칙입니다. 실험에 쓰이는 동물을 줄여야 하고(Reduction),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Refinement), 동물실험을 다른 방법으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합니다(Replacement).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약 459만 마리로 2015년 약 250만 마리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고 암처럼 원인과 치료가 복잡한 질환에 대한 연구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험에서 사용되는 동물의 복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의 송우진 연구원은 “동물의 고통에 대해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 사람과 똑같이 고통 느끼는 동물
동물도 사람처럼 뜨겁거나 누르는 자극에 반응하는 통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극이 뇌로 전달되면 통증을 느낍니다. 동물실험에는 고통 등급이 있습니다. 고통 등급은 A부터 E까지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동물이 느끼는 고통도 커집니다. 가장 낮은 A등급은 세균이나 척추가 없는 동물을 이용한 실험입니다. 가장 높은 E등급은 심한 고통이 따르거나 실험이 동물의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입니다. 몸에 독성 물질을 투여해 얼마만큼의 양에서 사망에 이르는지 확인하는 실험, 마취 없이 진행하는 수술 등이 E등급에 해당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등급 실험에 사용된 동물 비율은 51.5%였습니다. 2017년의 33.3%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박재학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동물실험은 새로운 약 개발에 많이 사용되는데,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르는 물질을 몸에 넣거나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고통 등급이 높다”고 했습니다. 고통 등급이 높은 실험을 받은 동물은 실험이 끝난 뒤 대부분 안락사됩니다. 2011∼2020년 약 6334t의 동물 사체가 국내 실험 시설에서 발생했습니다.
● AI-미니 장기-혈액칩 등이 대안으로
동물실험을 줄여야 한다는 건 동물의 고통 때문만은 아닙니다. 쥐는 몸속 정보가 담긴 유전자 중 단백질을 만드는 부분이 사람과 약 85% 비슷해 동물실험에서 가장 흔하게 쓰입니다. 하지만 쥐와 사람의 유전자에는 차이가 존재하고, 외부 물질에 대한 반응도 다릅니다. 그래서 쥐한테는 효과가 있던 약물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동물과 사람의 장기 구조가 비슷해도 세포 수준에서의 반응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 없이도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의 인공지능(AI) 독성 예측 기업 ‘켐바이’는 동물에게 화학 물질을 투입하는 대신 AI로 화학 물질의 독성을 예측하는 연구를 합니다. AI는 화학 물질의 구조와 독성 데이터를 학습하고 각 물질이 사람에게 얼마나 해로울지 예측한 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합니다. 시험한 적 없는 새로운 물질도 기존 데이터가 있는 물질과 구조를 비교해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 물질의 구조가 기존 물질과 다를수록 정확도는 떨어져 예측 결과와 함께 얼마나 믿을 만한지도 설명합니다.
AI 외에도 여러 대안이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사용해 만든 세포 덩어리입니다. 줄기세포는 몸의 다양한 세포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세포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인간의 장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해 동물실험보다 더 정확하게 몸에서 일어날 반응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또 유리나 투명한 고무로 만든 작은 칩 위에 사람의 세포를 올려 혈액이 흐르고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장기칩’도 있습니다. 다양한 장기 세포로 칩을 만들고 서로 연결하면 실제 사람의 몸처럼 장기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반응이나 오래 지켜봐야 하는 장기적인 영향은 오가노이드나 장기칩만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제정환 서울대 실험동물윤리위원장은 “10년 안에 동물실험 대신 오가노이드, 장기칩 같은 기술을 통해 특정 장기의 반응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