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규섭]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9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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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서 민주-국힘 표결성향 양극단화
제3정당 개혁신당 의원들 이념도 ‘극과 극’
위성정당까지 가세할 22대 국회, 협치 의문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부를 만하다. 수치로 보면 그렇다. 불과 석 달 후면 시작될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나을까.

필자는 총선을 1년 남긴 작년 이맘때 지난 17대부터 21대까지 국회의원 표결 기록 전수를 분석하여 의원들의 표결 성향(ideal point)을 추정한 바 있다. 미국 정치학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베이지언 문항 반응 모델을 활용해 유사한 표결 성향을 보이는 의원끼리 근접한 상대적 점수가 부여되도록 했다.

이 결과를 보면 21대 국회에서 의회정치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평균적으로 정의당 의원들은 ―2.195,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92, 국민의힘 의원들은 0.172 정도의 표결 성향을 보였다. 노동정당인 정의당은 논외로 하고 두 거대 정당 간 표결 성향 차이를 보면 0.550(17대)→0.787(18대)→0.889(19대)→0.890(20대)→1.120(21대)으로 점점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회는 우리 의회정치를 가장 양극단으로 몰고 간 주역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탄핵 여파로 거대 여당의 지위를 누렸던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1987년 이후 21대 국회 초반인 2021년까지 6만7000여 건의 법안에 대한 정당 공동 발의 네트워크를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2005년까지 매년 평균 약 49.4%(진보 정당)와 36.0%(보수 정당)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정당 간 공동 발의는 지속적으로 줄어 21대 국회 초반인 2021년에는 그 비율이 각각 5.5%(민주당)와 9.5%(국민의힘)로 낮아졌다. 한국 민주주의는 35년 만에 ‘조로(早老)’했고 21대 국회도 주범 중 하나다. 중학생이 국회의원을 테러한 세계 정치사에 길이 남을 사건의 배경을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석 시점에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던 296명 중 가장 왼편에는 류호정(1위), 배진교(2위), 강은미(3위), 이은주(4위), 심상정(5위) 등 정의당 의원들이 위치했다.

정의당을 제외하고 두 거대 정당만 놓고 보면 전현직 민주당 소속 의원들 중 강민정(6위), 민형배(7위), 양이원영(9위), 윤영덕(10위), 김의겸(11위), 윤미향(12위), 권인숙(13위), 윤건영(14위), 장철민(15위), 서동용(16위) 의원 등이 가장 강성으로 분류됐다. 반면 국힘에서는 김웅(296위), 박대출(295위), 정경희(294위), 김영선(293위), 조수진(292위), 박성중(291위), 유상범(290위), 한무경(289위), 최재형(288위), 윤두현(287위) 의원 등이 가장 강성으로 분류됐다. 이 중 얼마나 이번 총선에서 최종적으로 각 당의 후보가 될지를 보면 22대 국회에서 양 정당의 기류를 점쳐 볼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가 극단의 대립정치로 흐르다 보니 최근 개혁신당의 출범과 함께 ‘제3지대’ 형성 가능성도 관심의 대상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김종민·조응천·정태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전 의원 등이 참여하여 이준석 전 국힘 대표를 초대 당 대표로 선출했다고 한다. 또 김철근 전 국힘 당대표 정무실장이 사무총장, 김용남 전 의원이 정책위의장, 천하람·허은아·이기인 창당준비위원장이 최고위원에 임명된 것으로 보도됐다.

개혁신당 참여 인사들 중 21대 국회 표결 기록이 있는 인사들을 분석해 보면 평균은 ‘중간’ 정도이나 역대 정당 중 가장 분산이 큰 정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155위), 양향자(164위) 조응천(181위) 전 의원은 전체 296명 중 중간에 가까운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금태섭 전 의원도 국회의원이었던 20대 국회 표결 기록을 분석해 보면 전체 300여 명 중 왼쪽에서 84번째로 예상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 가능했다.

그러나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은 21대 국회 전체에서 가장 왼편이었던 반면 이준석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허은아 전 의원은 전체에서 25번째로 오른쪽에 위치하여 극과 극이었다. 이 전 대표의 성향이 허 전 의원과 유사하다고 본다면 개혁신당은 역대 정당 중 가장 이념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생결단’으로 극한 대립했던 전력을 가진 두 거대 정당과 이념 스펙트럼의 양극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제3의 정당, 그리고 차기인 23대 총선에서 두 거대 정당 지역구 공천을 노릴 ‘임대선수’들이 주축이 될 위성정당들로 구성될 22대 국회가 21대 국회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2대 국회#표결성향 양극단화#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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