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3월 개교인데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는 늘봄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4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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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는 고교생이 가장 많이 쓰지만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가장 높다. 초중고교 평균이 78%, 초등생은 85%다. 주로 공부가 아닌 돌봄 목적이다. 오후 1시 학교가 끝나면 교문 앞에 기다리는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을 뺑뺑이 돌다 부모 퇴근 시간에 맞춰 셔틀을 타고 귀가한다. 사교육비, 정확히 말하면 ‘사돌봄비’ 부담이 버거운 학부모들에게 무료 늘봄학교 개교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늘봄학교는 현재 운영 중인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합쳐 확대한 것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들을 돌봐준다. 예체능 위주의 방과후 프로그램도 2시간 운영하고 저녁밥도 준다. 올 1학기엔 2700개교, 2학기부터는 6175개 전체 초등학교의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2026년 전교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돌봄교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상당수가 추첨에서 떨어졌는데,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은 다 받아준다. 교육부 설문조사에서 초1 예비 학부모들의 84%가 늘봄학교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교가 코앞인데도 교육부는 늘봄학교를 시작할 2700개교 명단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교육청별로 절반가량만 늘봄학교 운영 계획을 공개했다고 한다. 일선 교사들이 “지금도 행정업무와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 처리로 수업 준비할 시간도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은 늘봄학교 하겠다고 손든 학교가 없어 지역별로 할당량을 내려보냈다. 교사들은 교육이 아닌 ‘돌봄’은 지방정부 일이라고 하고 지방공무원들은 학교 일은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다. 늘봄학교 일정에 따라 돌봄 계획을 세우려던 학부모들만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늘봄학교 도입을 계획보다 1년 앞당기면서 교사들의 반발을 자초한 면이 있다. 정부는 전담 인력 채용을 약속했지만 교사들은 지난해 전국 459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할 때도 프로그램 강사를 못 구해 교사가 대신하거나 늘봄학교 전용 공간이 없어 교사들이 일하다 말고 교실을 비워 주는 일도 있었다고 호소한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아이들을 실내에 가둬 놓고 동영상을 틀어주며 시간을 때우는 학교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는 돌봄 공백을 메우고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지역아동센터나 방과 후 아카데미 같은 유사한 돌봄 서비스가 있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안심하는 곳은 학교다. 돌봄 없는 교육이 어딨고, 교육 없는 복지 행정이 어딨나. 정부와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늘봄학교 안착을 위해 제 일처럼 나섰으면 한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살러 오고 지역도 살아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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