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통신의 발달, ‘K-해운’의 기회[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82〉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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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출발한 항구로 다시 도착하기 전까지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것이 16∼17세기의 상황이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그랬다. 육지에서라면 파발을 띄우거나 봉화를 올려서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바다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 △소식을 주고받는 것 그리고 △방송을 통한 소식을 듣는 것이 불가능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천문항해의 발달로 별자리를 활용하고 경도와 위도가 만들어지면서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날씨가 흐려서 별이 보이지 않으면 무용이었다. 이후 전파를 발사해서 위치를 구하는 전파항해의 발달로 위치를 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자신이 있는 곳의 위도와 경도를 구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내비(Navi)가 바로 이것이다.

바다 먼 곳에서도 육지로 소식을 전하는 것은 인류의 큰 꿈이었다. 19세기 중반 모스 부호가 나왔다. 전보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배에도 통신국이 마련되어 전보로 소식을 보냈다. 해저에 케이블을 깔아서 대륙 간의 통신도 연결되었다. 전신은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 20세기 중반에서야 무선전화가 가능해졌다. 사람들은 소리를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에 담아서 멀리 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제는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상호 직접 통화가 가능해졌다.

1982년 배에 처음 승선했다. 해외 교포와 선원을 위한 KBS의 “파도를 넘어”라는 방송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때였다. 서울에서 송출하는 신호를 어떻게 이국만리 우리 배에서 들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 해외 취업 선원의 동반자는 단연 단파방송이었다. FM방송과 달리 단파방송은 방송국에서 아주 먼 곳에서도 청취가 가능하다. 배에서 5m 정도의 전선으로 안테나를 설치하자 깨끗한 음질의 방송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방송으로는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인터넷을 이용해 선박에서 소식을 육지에 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각종 정보는 인터넷망이라는 유선을 통하여 그리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무선으로 자유롭게 오고 간다. 이동되는 정보량도 엄청나다.

통신의 발달은 육상에서 선박을 조종하는 것이 가능한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제3단계 자율운항 선박의 경우 사람이 선박에 전혀 승선하지 않는다. 육상의 원격조종장치에서 신호를 보내어 선박을 조종할 수 있다. 우리 조선소는 세계 원양 상선의 35%를 건조한다. 원격조종이 가능하도록 우리나라에서 설계되고 건조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울산, 부산, 거제에서 자신이 건조한 많은 선박을 조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선주로부터 이 업무를 위임받으면 수수료 수입으로 큰 국부가 창출되게 된다. 각양각색인 선주들이 굳이 자신의 나라에서 선박을 관리할 이유가 없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서건 자율운항 선박의 조종,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박을 설계, 건조한 국가가 선박의 조종과 관리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있다. 최첨단 조선업, 발달된 해운업, 상업용 인공위성을 운용하는 통신업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 우리나라가 선박 운항과 관리에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해상#통신#k-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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