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법’, 韓 원전에 기회다[기고/문주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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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올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원전산업에 기회다. 특히 IRA는 원자력발전을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IRA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기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MWh(메가와트시)당 최대 15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규 원전을 건설할 때는 설비투자액의 30%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지으면 추가로 10%가 공제된다. IRA를 통해 원전 이용의 지속 및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IRA는 원자력 이용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IRA는 청정수소 생산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준다. 그런데 청정수소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특정하지 않았다. 단지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세액공제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기준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이 수소 생산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RA는 미국 내 원전 공급망 복원도 꾀하고 있다. IRA에는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7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HALEU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형 원자로 핵연료에 사용될 물질로, 신형 원자로 보급을 위해 꼭 필요하다. 미국이 신형 원자로 개발 및 상용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자국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변환 및 농축 서비스의 20%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이처럼 미국의 원자력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에게도 기회와 도전이 주어졌다. 우선 국내 기업의 미국 원전시장 진출 기회는 커졌다. 기존 원전에 대해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폐지를 고려했던 수십 기의 원전이 계속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낡은 설비 교체는 필수적이다. 미국은 대형 원전 공급망이 망가져 현재로선 이를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설비 교체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SMR와 원자력수소 등 신흥 시장도 열릴 것이다. 국내 기업은 수요 시기를 고려해 미국 진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이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존의 양국 간 원자력 협력 체계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핵연료 공급 자립 기반을 갖춰 나가야 한다. 미국의 HALEU 공급망 구축 완성은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라늄을 100% 수입하는 한국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기존 원전뿐만 아니라 신형 원자로 가동과 수출을 위해서라도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HALEU 공급망 구축에 공동 참여하거나 해수 우라늄 추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우라늄 자급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미국 인플레법#한국 원전#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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