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윤종]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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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코로나19 ‘7차 유행’ 눈앞
3년 쌓은 방역 습관 잊지 않아야

김윤종 파리 특파원
김윤종 파리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7차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달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프랑수아 브론 프랑스 보건장관이 취임 하루 만인 5일(현지 시간) 의회에 출석해서 한 일성(一聲)이다. 이날 프랑스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75%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 감염자였다. 두 변이는 폐세포에서 더 쉽게 자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언론은 신임 보건장관의 경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브론 장관이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생명이 위급한 코로나19 환자를 헬리콥터로 이송하는 등 지역 응급상황 책임자로 일한 내용까지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때문인지 6, 7일 파리 지하철에는 평소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부쩍 늘었다. 지하철 8호선에서 만난 비탈리 씨는 “이미 두 번 코로나19에 걸려봤다”며 “고령의 부모님도 자주 만나고 있어 또 감염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다시 썼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면서 모든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실내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특히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식량 및 에너지 공급 교란과 인플레이션이 주요 사회 이슈로 등장하면서 코로나19는 언론 보도나 여론에서 증발했고 경각심도 사라졌다. 기자도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챙기던 습관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스페인도 지난달 1만 명 내외였던 하루 감염자가 이달 5일 7만 명을 넘자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를 논의하고 있다.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5, 6일 연속 일일 감염자 10만 명을 넘은 이탈리아도 방역 조치 재도입을 고려 중이다. 최근 ‘보복 여행’ 수요마저 폭발하자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사람들은 방역에 주의해 달라”며 “심각한 변종이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방심하는 새 ‘재유행’이 시작된 셈이다.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 강화도 정답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럽 주요국의 3차까지 백신 접종률은 77∼85%이지만 7차 유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매년 1번 이상 출몰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변이에 맞춰 백신을 개발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국 보건당국과 제약사 등은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이 아무리 빨라도 새로운 변이 발생 속도를 이길 수 없다.

면역학 전문가 대니 올트먼 임피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일으키며 인류를 감염시키는 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공포영화를 이미 봤는데도 더 끔찍한 공포영화들을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막는 최선의 길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환기같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후 30개월간 개개인이 쌓아온 방역 습관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 때 막을 수 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코로나19#7차 유행#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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