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韓외교 정상화 출발점 돼야[동아시론/최원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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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진영 급속히 재편
韓 어디 설지 명확하고, 나토에 초대된 이유
中 반발에도 가치·국익 외교 흔들려선 안 된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가는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 신정부의 외교적 지향을 분명히 드러낼 시발점이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정상외교에서 자유민주국가로서 한국의 외교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근본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국가들과의 연대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국격과 국익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던 한국 외교가 이제 정상화되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만 모든 외교력을 집중했다. 북핵,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 등에서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보다는 중국, 북한과 더 가까운 입장을 견지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얘기했지만, 북한 핵 문제를 미국이 해결해야 할 일로 떠넘겼다. 남북관계 진전을 절대목표로 상정하고 대중, 대미 외교를 모두 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중국에는 과도하게 유화적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리에게는 에너지와 상품 수출입에서 사활적 해상 수송로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강압적으로 장악하여 군사기지화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한국은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 네트워크에서 소외되었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전략적 존재감은 상실되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한국 외교의 전환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 러시아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과 유럽 미국 일본 호주 등 민주주의 진영으로 국제 정세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지난주 개최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맞서 새로운 금융결제 시스템 구축 등 독자 경제권 구상을 제안했다. 개도국들을 참여시켜 반서방 대항 블록 구축에 나설 뜻도 분명히 했다. 반면에 서방 진영은 23일부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등을 통해 러시아의 무력침공과 중국의 강압외교에 맞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등 진영화가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동북아에서도 북-중-러 권위주의 연합의 실체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수십 차례 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 준비 등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수차례 반대하는 등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현실에서 한국이 어느 편에 설지는 선택의 여지 없이 분명하다. 이는 서방 30여 개국이 참여하는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이 초대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치와 국익에 기초한 외교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면 중국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의 ‘전략적 바둑돌’이 되지 말고,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라고 이전보다 더 세게 압박할 것이다. 중국 외교의 특성상 향후 외교적 공세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우리 정부의 가치 및 국익외교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대중 정책을 한중 양자 관계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과 양자적으로 잘 지내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중국의 수정주의적 팽창 정책으로 기존 국제질서의 균형이 깨지는 현실에서 단견이다. 중국과 우리는 체제, 가치, 안보이익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과 무턱대고 잘 지내자는 것은 중국의 세력권으로 스스로 알아서 들어가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결국, 2049년 중국몽 실현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뿐더러 우리도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기 어렵다. 중국식 표현으로 한중 양국의 “핵심 이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 핵 위협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남북 간 전략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우리 안보를 위해서는 필수적 선택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5년 만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안보협력 체제 복원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이유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한일관계 회복의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도 우리의 안보이익 확보를 위해서는 긴요하다.

우리가 일부러 반중, 반러 입장에 동조하거나 편승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국익과 외교 정체성에 기초해 자주적 외교를 추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의 합리적 선택이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외교적 역량과 전략적 존재감은 강대국과 달리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적극적 외교를 통해 만들어내고 부단하고 창의적으로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나토 정상회의#외교정상화#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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