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검찰 ‘경찰개선자문위’로는 제대로 된 개혁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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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이후 행정안전부에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만들어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제도의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자문위가 친(親)검찰 성향 위원들에 의해 주도되는 구성으로 돼 있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맞는 개선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자문위는 모두 9명으로 행안부에서 차관과 기획조정실장, 경찰청에서 수사기획조정관이 참여하고 나머지 6명은 민간 위원으로 이뤄져 있다. 민간 위원 중에는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 정도가 수사권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정승윤 교수는 검찰 출신 교수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정웅석 교수는 검찰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한 연구용역이 많다. 그 밖의 민간 위원들은 전공이 사회학 행정학이거나 법학이더라도 형법이 아니어서 경찰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자칫 들러리가 될 수 있다.

자문위 회의에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안이 거론됐다고 한다.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으니 행안부에도 경찰국이 있는 게 일견 타당해 보이나 법무부에는 장관 직무 사항에 검찰 사무 관장이 명시돼 있는 반면 행안부에는 장관의 직무 사항에 경찰 관련 내용이 없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폐해가 컸던 치안본부가 없어진 뒤로 경찰을 내무부 직접 관할로 두는 대신 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경찰위원회를 더 발전시키려 하지 못할망정 행안부에 경찰국을 만들어 통제하겠다는 건 검찰을 통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유지를 경찰을 통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유지로 바꾸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경찰이 수사 권한은 커지는 데 반해 부여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권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우선이다. 그 위에서 유능한 경찰을 수사관으로 끌어오고 그들의 업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 수사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문위가 해야 할 일이다.
#親검찰#경찰개선자문위#개혁#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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