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정국이 막판에 활로를 찾은 것은 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지 하루 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국회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의총에선 투표 불참을 통한 ‘정족수 미달’로 부결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찬성 당론의 결단을 내린 것은 의미가 있다. 정치적 셈법을 떠나 새 정부가 첫발을 떼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67석 거대 야당의 협조를 얻지 않고는 새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 후보자 인준을 계기로 협치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방해해선 안 되지만 새 정부도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빠 찬스’ 논란에 휘말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등 야당의 협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
그럼에도 국회 인준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건 근본적으론 미중 갈등, 물가 금리 환율 3고(高) 위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과 가계부채 등 복합 위기에 새 정부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인준을 안 해주면 총리 없이 간다”는 등의 야당 압박이 먹힌 결과로 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