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민주당은 누구를 위해 ‘검수완박’을 외쳤나 [광화문에서/김지현]

입력 2022-05-17 03:00업데이트 2022-05-17 10:1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지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회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감사패 사진을 올리며 “국민들께서 이뤄낸 성과다.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개혁을 꼭 완수하겠다”고 적었다.

그가 말한 ‘국민’이 누구까지를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민주당이 3·9대선 패배 직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과정에 저런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수완박 입법을 지켜보며 ‘팬덤 정치’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이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졌다는 것에 대한 지지자들의 울분이 너무 컸다. 당 지도부도 결국 ‘윤석열, 한동훈 등 검사 출신들이라도 혼내달라’는 지지층의 요구대로 결국 끌려가더라”고 했다. 실제 ‘개딸’ 등 이재명 강성 지지자들은 대선 직후 여의도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 테러를 했다.

돌이켜 보면 민주당은 1차 검찰개혁 때도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보다가 진영 논리에 갇혔다. 20대 국회 초창기였던 2017년 어느 날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의 방향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검찰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은 “수사권을 조정해 검찰에 집중된 힘을 빼고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검찰 축소론’을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사실상 ‘검수완박’ 논리다. 그러자 박범계 등 친문 의원들이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론’을 들고나왔다.

당시 의총장에 있었던 한 의원은 “그땐 나도 그랬고, 대부분 의원들이 ‘금태섭 안(案)’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맹수의 위협을 줄이려면 맹수 숫자부터 줄여야지, 맹수를 잡겠다고 또 다른 맹수를 풀어버리면 리스크만 커지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데도 당론은 ‘공수처 설치안’으로 빠르게 기울어 갔다. 이때는 ‘노무현’이 키워드였다. 한 의원은 “‘검찰에 당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처를 잊지 말자’는 강성 지지층 요구가 이어지면서 기류가 확 변했다”고 했다. 여기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도 강하게 ‘공수처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렇게 점점 ‘검찰의 권한 독점’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흐려져 갔고, 결국 2019년 12월 민주당은 공수처설치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그래 놓고는 2년여 만에 대선에서 패배하니 다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자고 들고 나선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이후 오랜만에 통화한 금 전 의원은 “처음부터 검찰의 권한 독점 해소에 집중했으면 됐을 텐데, 찬동에 휘둘렸다”고 민주당식 검찰개혁의 실패 원인을 지적했다. “원래는 검찰 하나만 문제였는데, 이젠 공수처도 생겼고 경찰 권한은 더 세졌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민주당이 다 돌려받게 됐다.” 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했다가 징계를 받고 결국 탈당한 금 전 의원의 마지막까지 뼈 때리는 소리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